어린이집 보내는 시기(언제 보내는 게 좋을까? 가정보육 vs 어린이집)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지 어느덧 8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한겨울은 겪지 못했지만, 봄, 여름, 가을까지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35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다가 신학기에 딱 맞춰서 어린이집에 보냈고, 처음 다니기 시작한 3월부터 5월 중순까지는 낮잠을 자지 않고 오전만 보냈다. 지금은 낮잠도 자면서 오전 9시반부터 오후 3시반까지 어린이집에서 풀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굴곡도 있긴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안정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 또 어린이집을 보낼까 집에서 가정보육을 할까를 가지고도 고민했던 시간들이 떠올라서 나름대로 최종적으로 정리를 해본다.
가정보육 vs 어린이집, 어느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을지에 대한 고민 시작
어린이집을 보내고 난 이후부터는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까지는 어린이집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았고 잠도 못 자면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곤 했다.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없기 때문에 솔직한 경험담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35개월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을 했다. 처음부터 가정보육이 더 좋아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내가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뉴스에서 어린이집에 관한 안 좋은 내용이 나오는 걸 볼 때마다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아이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언어 구사력이 생길 때까지는 내가 데리고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많은 40대 애엄마라 그런가, 가정보육이라는 말 자체에도 거부감을 살짝 가지고 있었다. 가정보육이 마치 육아 형태의 여러 옵션 중 하나처럼 느껴져서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내 아이는 당연히 집에서 내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어떻게 보면 좀 올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내가 옛날 사람이고 옛날 엄마들을 보고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 : 또래 친구와의 만남과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장점
그렇게 가정보육이 좋으면 어린이집 보내지 말고 애를 그냥 집에서 쭉 키우지 이제는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을 남들이 나를 보면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이가 슬슬 또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주 컸다.
아이가 일정한 연령이 지나면 또래 친구와의 교류 또한 아이의 정서 내지는 사회성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으니 동네 친구를 사귈 방법이 없어 우리 아이의 경우 또래 친구와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어린이집을 보내게 된 결정적 요소였다. 우리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을 다니기 이전에 일주일에 2~3회씩 문화센터를 다니며 또래 아이들을 접하긴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서 보니 문화센터에서 또래를 접하는 것과 어린이집에서 또래 아이들을 접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문화센터에서 보는 또래 친구들은 우리 아이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1, 행인2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같은 반 친구들은 거의 가족 다음의 친밀감을 아이에게 가지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등원한 첫 날, 약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 바로 친구 이름을 이야기하며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OOO이랑 놀았는데~' 이러면서 말이다. 당시에는 첫날부터 친구를 사귀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었다. 그러고 나서 3월 중순쯤에는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이를 집으로 보내 주었다. 아이와 부모가 같은 반 친구들 이름도 외우며 얼른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아이는 그 종이를 한동안 매일 낡아 떨어지도록 보면서 나에게 친구 이름을 이야기 해주고, 오늘 누가 뭘 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매일 보는 친구들인데도 그 종이를 계속 보고 또 보면서 재미있어 했다(지금은 좀 시큰둥해짐ㅋ).
그만큼 우리 아이에게는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의 존재가 새롭기도 하고 아이 본인의 인생에 나타난 신선한 존재들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8개월 정도 지난 지금 와서 또 관찰해 보면, 우리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의 모습과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에 차이가 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우리가 줄 수 없는 감정 혹은 재미를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얻는 것으로 보였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이것 저것 많은 것을 해준다 해도, 이 또래 친구라는 존재는 부모인 내가 아무리 정성과 노력을 들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만 36개월까지 가정보육에 만족하는 이유 : 미련과 후회가 없음
내가 느끼기에는 아이와 나는 만 36개월(정확히는 35개월)의 시간 동안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애착이 됐든 지겨움이 됐든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적어도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보낸 후 아이가 적응하기까지 크게 어려운 점이 없이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물론 아이가 어느 정도 큰 다음에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것도 적응을 잘한 이유이긴 함).
물론 나처럼 세 돌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나서 보낸 아이의 경우에도 엄마 껌딱지도 있을 수 있고, 아침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와 나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걸 잘 적응하고 엄마와 떨어질 때 울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설명해 주는 것을 어느 정도 충분히 알아듣고 이해하는 시기가 될 때까지 엄마인 나와 충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시간들을 갖기 위해 나는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우리 가정의 경제는 현재 돈에 약간 쪼들리고 있다는 단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꾸역꾸역 최대한 버티고 시간을 늘려서 아이와 함께 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부모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되었던 것이라고 그냥 나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만일에 엄마와 그렇게 긴 시간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적응을 잘 못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애착형성이 되지 않아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는 걸까' 하는 걱정이나 미련, 후회 같은 것은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일단 제쳐 두고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가정보육을 세 돌까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가정보육 기간
사실 내가 가정보육을 길게 했다는 건 이렇게까지 스스로 자부할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옛날 엄마들, 할머니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우리 때는 애 둘 셋 키우면서 집안일도 다 했고, 어린이집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는 이야기 아닌가.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물며 애도 한 명만 달랑 키우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와서 이야기이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일찌감치 어린이집을 다 다니기 때문에 나는 35개월까지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주변의 걱정을 참 많이 들어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마치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원시인 취급을 받기도 했고, 애한테 지나치게 집착하는 유별난 엄마 취급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집에 다녀야 아이의 사회성이 발달하는데 그렇게 집에서 끼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등의 각종 잔소리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어야 했다. 가만 보면 어린이집을 보내는 요즘 엄마들을 보고 애 쉽게 키운다거나 모성애가 없다는 등의 비판을 하면서도, 애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는 나같은 엄마에게는 그거대로 또 비판이 있다. '외벌이로도 돈 잘 버나보지?'라는 식의 비꼬는 듯한 이야기도 듣기도 하고 말이다. 이래 저래 여기저기서 말을 보태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에 아이 키우기가 예전보다 정신적으로는 더 피곤한 것 같다.
가정보육의 단점 : 엄마의 경력 단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도 자기 때문에 오전 9시반부터 오후 3시반까지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남는 시간이 내게도 생겼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아침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오전에 생긴 설거지와 여러가지 집안일, 음식물 쓰레기 등을 정리하고 나면 순식간에 오후 1시가 넘는다. 그러면 폰 좀 보고 쉬고 나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조금만 뒹굴거나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아이의 하원 시간 이후로 집안일이 밀려 굉장히 힘들고 피곤해진다. 시간이 많은 듯 한데 또 그렇게까지 많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 동안 알바라도 해볼까 하고 알바몬이나 당근 알바도 간간히 검색해 보고 있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잘 없다. 등원 시간 전에 출근을 해야 하거나, 혹은 하원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 일해야 하거나 하는 식으로 올라오는 알바의 근무시간이 아이의 어린이집 등 하원시간과 잘 맞지 않는다.
이렇게 경력 단절 후에 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을 쉬지 않고 출산 후에도 계속하게 되면, 그 때는 경력은 유지할 수 있고 경제적 활동은 계속 할 수 있는 대신 가정보육은 엄마가 직접 할 수 없다. 할머니나 다른 가족이 아이를 봐주거나, 어린이집 종일반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돈을 주고 도우미를 써야 한다. 할머니나 가족이 봐준다고 해도 수고료 의미로 좀 드려야 하니깐 돈을 또 아예 안 쓸수는 없다. 돈을 안 벌고 집에 있으면 경력은 단절되는 대신 큰 돈을 쓸 일은 좀 줄어들고, 돈을 벌려고 밖에 나가면 돈은 벌 수 있는데 대신 돈을 쓸 일도 또 생기게 된다. 이런 모든 걸 계산해서 현재까지는 일을 하지 않고 있긴 한데, 이제 어린이집에 아이가 다니고 있고 서서히 큰 돈 쓸 일들이 생기게 되니깐 여러가지로 걱정도 생긴다. 그렇다고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이를 맡기는 것을 결심하기는 아직 또 어렵고 말이다. 이제 시간이 조금 생기니깐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고 걱정스러운 반면, 마땅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찾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돌까지는 가정보육을 추천
나는 이제는 고민이 끝났지만(이제는 유치원 고민이 시작됨), 다른 아기 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어린이집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느 것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은 다 달라질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도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나가는 것에 대해 누구도 쉽게 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그래도 혼자 소소하게 용돈벌이 같은 수준의 경제활동을 재택으로 하고 있기도 했고, 또 집에서 혼자 아이를 보는 시간들이 좀 힘들고 지치긴 했지만 못하겠다고 때려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내 적성에는 맞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난 후 36개월까지는 가정보육을 하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맞겠거니 하고 그 시간을 잘 버텨왔다.
아이를 세 돌이 되었을 때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5개월~36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것이 시기상으로 참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일찍 보냈다면 아이에게 왠지 좀 짠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은데 아이가 어느 정도 적당히 클만큼 커서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관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어린이집을 세 돌보다 더 늦게 보내거나 아직까지도 안 보내고 있었다면 현재 내 상황으로는 친구에 대한 우리 아이의 관심이나 흥미 같은 걸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그 또한 아이에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여건이 되고 주양육자의 여력이 된다면, 세 돌 정도까지는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다가 신학기쯤에 맞춰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다.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지금 매우 만족스럽다. 물론, 우리 아이도 아무런 고난이 없진 않다. 어린이집 여름방학까지는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며 잘 다니다가, 여름방학이 막 끝나고 나서 실컷 집에서 놀다가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가면서부터는 대충 1주일 넘게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투정을 부리고 울기도 했다. 아침에 눈 뜨면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가고 집에서 누워있고 싶다는 소리도 자주 한다. 이제는 우리 아이도 매일 정기적으로 어딘가에 가야한다는 것에 대한 귀찮음을 아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들을 보면 너무 좋아서 방방 뛰고,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도 너무 반가워하면서 달려가는 걸 보면,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고 감정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영원히 집에서 놀고 먹을 수 없는 팔자라면, 이 모든 귀찮음 또한 미리 익숙해지고 연습해 두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지금껏 길게 쓰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어린이집이 이상하거나 뉴스에 나올만한 집이 아니고 괜찮은 곳이라는 전제가 반드시 깔려야 한다. 그러므로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도 신중히 고민해서 좋은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한다. 다만, 좋은 어린이집을 만났다는 전제 하에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 같은 걸로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나같은 사람의 후기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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