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는 신혼부부 신혼집 전세 집구하기 경험담
나와 우리 남편은 둘 다 늦게 결혼해서 신혼생활을 40대에 시작했다. 그러면 20대와 30대 때 돈을 열심히 모아서 좀 여유롭게 신혼살림을 시작했으면 좋은데, 우리는 둘 다 돈이 없었다. 남편은 학력과 직장이 둘 다 좀 부실했던데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기가 길었고, 그 후에 그나마 자기 적성에 맞아서 혼자하는 자영업 일을 시작했을 때는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서 돈이 없었다. 지금 보면 이렇게 성실하고 알뜰하고 허영심이 없어서 돈을 못 모을 일이 없는 사람인데 운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남편과는 좀 반대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스러운데, 나는 알뜰한 면이 없고, 내 마음대로 돈을 팡팡 썼으며, 나 역시 직장인 시절에 부업으로 1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다보니 모은 돈은 별로 없이 사업하느라 오히려 빚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결혼식 비용을 대고 하다 보니 집을 구할 때 우리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 나이에, 아이까지 한 명 있는 마당에 방도 두 개이고 실평수 20평도 안 되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하고, 아이방도 없어서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신혼부부 청약에 당첨이 되어 6개월 뒤에 33평짜리 신축 아파트에 이사를 간다는 것 정도이다. 비록 올대출, 풀대출로 가야하긴 하지만 말이다.
청약당첨의 기쁨도 잠시, 지금은 잔금대출과 집값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걱정이 더 많다. 그런 걱정들 중에 또 하나의 걱정은, 지금 살고 있는 전세집의 전세금을 빼서 잔금을 낼 때 보태야 하는데 집이 빨리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좁은 집에 아이 장난감과 책을 포함해서 짐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집을 내놓아도 누군가가 보러 왔을 때 집이 너무 좁아보여서 집이 안 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특히 집의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베란다에 곰팡이가 너무 퍼져 있어서 이 부분을 해결해야 집이 잘 나갈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인 것도 걱정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신혼집을 처음 구할 때 너무 뭘 몰랐던 당시 상황 같은 것들이 하나씩 생각나며 되짚어보게 된다. 그래서 나의 신혼집 구했던 경험담과 아쉬웠던 부분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인터넷에 다른 전문적인 요건 같은 건 많던데, 나의 경우에는 그냥 철저한 나의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현실 받아들이기 : 돈이 없는 신혼부부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우리 부부의 경우, 아주 적은 돈으로 신혼집을 구해야만 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내가 느낀 현타는 굉장히 컸다고 볼 수 있다. 신혼부부라면 신혼생활에 대한 꿈과 기대 같은 것이 있고, 상상 속에서 예쁜 집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는 시기인데 우리의 자금에 맞는 집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크고 넓고 좋은 집은 기본으로 포기하고 가야하고, 그냥 적당히 깔끔한 집을 찾는 것부터가 거의 불가능했다. 여기서 말하는 깔끔함이란 들어가는 동네 입구, 건물 외관, 집으로 들어가는 복도, 주변 환경 같은 그 모든 것들을 말한다. 우리가 가진 자금으로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아파트들은 거의가 다 지은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집들 뿐이고, 아파트 복도의 페인트도 다 벗겨져 있고, 뭔가 을씨년스러운 길들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집들 뿐이었다. 지하 주차장 같은 것도 없어서 그냥 아파트 지상에만 차를 세워야 하는 아파트들이 전부였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아파트도 여러 군데 봤다.
처음에 집을 보고 온 날, 나는 정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남편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없었고, 그냥 내가 왜 좀 더 야무지게 살지 못해서 이 나이에 이런 집 밖에 볼 수 없게 되었을까 하는 후회 같은 것들이 참 많았다. 울었는지까지는 기억은 안 나는데, 울고 싶었던 건 확실했던 것 같다. 그래도 뭐 달리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짧은 좌절 끝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좁은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찾아보기로 마음을 다잡고 나니 멘탈은 좀 회복이 되었던 것 같다.
돈 없는 신혼부부들은 우선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집 구하기의 시작이다. SNS에서 보는 주변 사람들의 좋은 신혼집, 친구나 지인의 적당한 집 같은 것도 돈없는 사람들의 현실과는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니 그런 것은 아예 보지도 말고, 차라리 처음에 최악의 집부터 보는 것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오히려 좋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처음에 봤던 집의 주변환경과 외관이 거의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집들이었기 때문에 지금 사는 집을 봤을 때 그래도 만족하고 계약할 수 있었다. 돈이 없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고 후회스럽긴 하겠지만, 일단은 현실부터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능력 안에서 최상의 집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서울(중심지)에서 멀어질수록 집의 수준이 좋아진다.
이건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서울이 아니라도 해당 지역의 중심지를 서울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신혼집을 구하던 시절, 나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강남이라고 해서 다 좋은 건물의 좋은 회사는 아니고, 강남 중심지에도 잘 찾아보면 발달이 안 된 시골 같은 곳이 놀랍게도 아직 있는데, 나는 그런 곳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강남이긴 했고, 출퇴근을 생각해서 집을 구하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회사와 가까운 지역에 있는 집은 우리 부부의 자금 사정으로는 절대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서울 외곽 지역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의 외곽 중의 외곽, 서울의 할렘가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외곽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서울시' 안에 있으면 집값은 기본 이상이 됐었다.
남편은 그래도 내가 출퇴근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곽지역이긴 하더라도 서울 내 역세권의 집을 알아봐 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금으로 구할 수 있는 서울 역세권 집의 수준은 좀 많이 처참했다. 역세권이라고는 해도 역에서 15분 이상은 걸어야 했고, 걸어가는 길의 상태도 으슥하고 발달이 되어 있지 않은 곳들이었다. 아무리 서울 시내고 역세권이라고 해도 신혼집으로 살고 싶지 않은 집들 뿐이어서 너무 우울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는 서울이 아니어도 좋으니 우리 좀 더 지역을 넓게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출퇴근을 지하철에서 한 시간 넘게 보내도 좋으니 조금 더 외곽으로 가자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을 벗어나서 신혼집을 구하게 되었다. 당시에 집을 보러 다니면서 신기했던 게, 지하철역 한 코스 차이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바뀌어지는 지역들의 경우, 그 한 코스 때문에 집값의 차이가 꽤 많이 났었다는 점이다. 한 코스 차이로 서울에 해당하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너무 상태도 안 좋고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 한 코스 차이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바뀌니 같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의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질수록 집과 동네의 상태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더, 더, 조금 더'라고 하면서 결국은 강남과 아주 많이 떨어지고 서울도 아닌 지역에 있는 집을 구하게 되었다. 비록 서울이 아니긴 하지만 역세권이고, 또 우리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데 10분이 걸리긴 하지만 걸어가는 길이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역 주변에는 대형마트와 여러 상가들이 많고 나름 고급스러운 오피스텔도 있어서 깔끔하고 안전한 인상을 주는 지역에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봤던 집들이 워낙 을씨년스럽고 심란한 집들이었기 때문에 그 효과로 인해 지금의 집은 너무도 좋은 환경의 집으로 보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사전에 철저하게 알아봐도 어차피 하자는 있다
보통 집을 보러 다니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본다. 환기가 잘 되는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괜찮은지 등 여러가지에 대해 체크 리스트까지 만들어두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건 다 크게 소용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환기를 참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사는 집의 경우 오래된 구축이긴 하지만 현관문과 베란다가 마주보고 있어서 맞바람이 잘 들거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당시 살고 있던 분들께 '환기는 잘 되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그 분들도 환기는 엄청 잘 된다고 말을 해서 그것도 나름 믿었고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순진하다 못해 어리버리했던 나였다. 실제로 살아보니 맞바람이 불만한 위치이긴 하지만 현관문을 벌컥 열고 있을 수 없는 세상이니 현관문도 잘 못 열고, 또 베란다문 역시 보안을 위해 활짝 열고 있을 수 없다 보니 결국은 환기를 위해서 문을 열 수 있는 시간은 길 수가 없다. 게다가 생각보다 바람이 그렇게 잘 맞게 불지가 않아서 베란다 문만 넓었지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은 그런 사실은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야속하긴 하지만 이해는 한다. 아마 나 역시도 나중에 집을 내놓고 나서 그런 얘기를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못 해줄 것 같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복도식 아파트인데 옆집에 담배 피는 사람이 없다고 확인을 하고 이사를 왔지만, 옆옆집에서 담배를 복도에서 주구장창 피는 사람이 있어서 이사오고 2년 정도는 매우 스트레스였다. 창문을 열 수가 없으니 말이다. 다행히 담배피는 사람은 이사를 갔지만 언제 또 복도에서 담배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사를 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 역시 지금 집에 이사 오기 전에 여기 살던 분께 물어봤지만 옆집 얘기만 해주었지 옆옆집 사람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 또한 이해는 한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생각한 것이, 내가 집 구하기 전에 아무리 여러 상황을 피해 집을 구하려고 해도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대충 집을 구할 수 없으니 여전히 체크 리스트 같은 걸 쓰면서 최대한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피하고 싶은 상황을 모두 피할 수는 없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꼭 있을 거라는 정도는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입주 전 집의 사진촬영은 필수 : 경험이 없어서 몰랐다
지금 현 시점의 내 최대 고민은 베란다의 곰팡이다. 지금 집은 30년도 된 아주 오래된 아파트이고, 베란다 창 설계 같은 것들이 굉장히 오래된 집이다. 환기를 위해서는 창문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문이 얼마나 통풍과 환기가 잘 되게 설계되어 있는가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집 베란다 창문의 경우 창문의 대부분이 고정이 되어 있어서 열리지가 않고, 한 쪽 끝의 창문만 열려서 창문이 없는 쪽으로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꼭대기층인데 베란다에 방범창도 없는 것도 신경 쓰이기도 하고, 또 겨울에 아이가 추워할까봐 창문을 24시간 아주 많이 열어놓을 수도 없었다. 구조상 베란다에 통풍도 잘 안 되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세탁기가 있는 쪽과 천장에 곰팡이가 아주 많이 번져있다. 남편이 한 번 직접 셀프로 곰팡이 제거도 했으나, 그 고생이 무색하게 곰팡이가 다시 쫙 번져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가 입주할 때 베란다 곰팡이 상태가 어땠는지가 남편과 나 모두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점이다. 입주할 때 당시에 베란다 사진을 찍어두었다면 그 때에 비해 지금이 더 악화된 것인지, 아니면 집의 구조상 원래 그런 것인지에 대해 집주인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텐데 당시 사진 찍을 생각 같은 걸 전혀 못해서 사진 기록이 없고 우리가 입주할 당시의 베란다 상태가 우리 부부 모두 기억이 안 난다. 단지 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걸 보면 적어도 베란다 상태가 지금처럼 최악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가 나가기 전에 베란다 상태를 처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왜 진작 베란다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는지 너무 후회가 되는데 경험이 없고 미숙해서 그런 걸 우리 둘 다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 집 구하실 분들이 계시다면 집 곳곳에 사진은 꼭 찍어두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입주 전에 중요한 곳들 사진은 꼭 찍어놓아야 한다.
다른 것들도 많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 즉석에서 생각나는 것들만 정리해 보았다. 신혼집 구하기는 신혼부부들에게 결혼식 준비 이외에 제일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 때 나름대로 꼼꼼하게 알아보고 확인한다고 하긴 했지만 결국은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하나 둘 씩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을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좋으니, 이제 집을 보러 다니시는 분들은 나와 같은 실수나 경험을 부디 하지 않으시길 바라며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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