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게으른 자의 육아하면서 집안일 하기에 대한 생각
나는 혼자서 1인 사업자로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매출이 없는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였어서 그냥 스스로를 완벽히 전업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까지는 육아를 한다는 이유로 전업주부들이 하는 집안일들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눈 앞에 닥친 일들만 허겁지겁 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우리 아이도 만 3세가 되어 드디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지친 몸에 대한 충전의 시간이란 핑계를 대는 것도 5개월이면 차고 넘쳐서 이제 더 이상은 묵은 집안일을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요즘 내 스스로를 채찍질 비슷하게 하며 하나씩 밀린 집안일들을 해결해 보려 나 자신을 개선하고 있다.
집안일과 육아는 절대 허드렛일이나 잡일이 아니다.
회사 다니거나 돈 벌러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집안일을 한다고 하면 그냥 노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꼭 논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집안일하면서 애 키우는 건 그렇게 별 거 아닌 잡다한 일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바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16년 가까이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했는데, 첫 회사를 편안하고 좋은 회사를 못 다니고 사람의 기와 영혼을 탈탈 터는 일 많고 삭막한 회사를 다녔다. 그렇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모든 것에 대한 의욕이 완전하게 사라졌다. 그래서 자취생이라도 기본적으로 해야할 집안일, 청소, 요리도 거의 안 하고 그냥 회사원으로만 살았다. 그 결과, 아무리 자취집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불쾌한 환경 속에서 잠만 자고 살았다. 그래도 그 때는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이 그냥 내가 고스란히 감내하면 되는 거라서 나중에 집안일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더러운 집안 환경을 외면했다. 그 때는 회사생활이란 건 참 힘든 일이고, 주부로서 애 키우면서 사는 친구들을 볼 때면 세상 편하고 팔자 좋게 잘 산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나도 나이 마흔에 드디어 집안일이 주 업무가 된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는데, 원래부터도 집안일에 큰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나라는 인간이 집안일에 이렇게까지 소질도 재능도 요령도 없는 사람이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더 심각했던 것은, 집안일이라는 것이 한 나절 동안 어느 정도 끝내 놓아도 가족들이 한 끼만 먹고 나면 아까 끝내 놓았던 일들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굉장히 사람을 힘빠지게 하는 일이 집안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렇잖아도 게으른 내가 점점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집안일+육아를 하면서 느꼈던 게, 내가 인생 통틀어서 이렇게 열심히, 또 바쁘게 살았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매 순간 순간을 역사에 남을만큼 알차게 살고 있다는 그런 뜻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몸이 바쁘게 움직이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틈이 낮 시간 중에는 없을만큼 바쁜 시간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 정도로 매 순간 바쁘다는 뜻이다. 솔직히 회사생활을 16년 하는 동안에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다. 물론 쉴 시간도 있다. 하지만 그건 일을 다 하고 쉬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쉬는 것이다. 나중에 다 내게 돌아오는 걸 외면하며 순간의 휴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집안일이 현타가 오는 더 큰 이유는,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 하루 정신없이 사는데도 월급 같은 것이 없어서 물질적인 동기부여도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성실하게 매일 뭔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직장인의 월급과 같은 보상이 없고, 집안일만으로는 뭔가 나중에 돌아볼 때 뿌듯할만큼 쌓이는 커리어도 없다. 보상없이 행해지는 이 집안일이라는 것은 절대 허드렛일이나 잡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열과 성을 다하는, 보상없이 행하는 아름다운(?) 희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서만 하는 일도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에 대해 좋게 말하면 모성애와 책임감이 있고, 안 좋게 말하면 치맛바람과 집착이 있는데, 그래서 돈과 일을 포기하더라도 집에 있으면서 아이 옆에 붙어있어야 안심이 되는 타입이다. 나의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 내 스스로 전업을 선택한 것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집에 있기로 한 이상, 집안일을 통해서 나 자신의 삶의 태도라든가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을 관리하는 것은 자기수양을 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게 있어 집안일은 매우 중요한 자기관리 중 하나인 셈이기도 하다.
매일하는 자기관리처럼 단호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집안일
집안일을 잘 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불시에 누가 찾아와도 크게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 집안이 관리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갑자기 와도 괜찮으려면 집안일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집안일은 힘든 게 맞고 정말 끝이 없이 도르마무인 것도 맞다.
나의 경우에는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이 집안일이 내가 더 힘들게 느끼는 이유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밀리기 시작한 집안일들이 더 크게 불어나면서 지금의 거대한 집안일이 되었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빚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조금이지만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 꾸준히 관리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우리집 집안일이 그렇게 쌓여지게 내가 만들었고 그 때문에 이제와서 집안일을 조금 더 해도 티가 안 나고 계속 힘든 일처럼 몸과 마음의 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요 며칠 조금 희망을 느낀 부분도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서부터 비어있는 낮 시간 동안, 내 나름의 페이스대로 밀린 집안일을 하나씩 해내고 있다. 우선,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를 베란다를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베란다 정리를 하면서 이렇게 불필요한 짐들을 베란다에 쟁여두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을 정도다. 뉴스에서 나오는 쓰레기집 같은 모습의 축소판이 우리집 베란다였다. 남편이 언젠간 해야지 하면서 본인도 일하랴 집안일 도우랴 힘드니깐 미뤄두고 있었는데, 남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낮 시간에 혼자 어떻게든 다 처리했다. 베란다 정리를 하는 동안 넘쳐나는 짐 때문에 베란다 끝에서 집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어쨌거나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써서 정리한 결과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고 몇 달 지난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가 부엌 싱크대 관리이다. 그 동안은 눈앞에 닥친 설거지 위주로만 하고, 배수구 청소나 관리는 매일 하지 않고 정 못 견딜만큼 더러워질 때만 했었다. 그런데 이 역시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 이후로 나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마음으로 싱크대만큼은 매일 깨끗하게 구석구석 음식물 거름망까지 완벽하게 깨끗히 하기로 결심했고, 지금도 매일 매일 그대로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싱크대 근처로 가면 늘 뭔가 냄새가 났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매일 아침 이불 정리하기도 나의 다짐 중 하나였다. 집안일을 좀 더 의욕적으로 해보고자 했던 것이, 이제 네 살인 우리 아이의 키높이와 눈높이로 본 우리 집의 모습이 매일 더럽게 있는 게 과연 아이의 정서에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게으른 나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다른 집안일도 마찬가지지만,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리하는 것도 이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이제 어느덧 나의 습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하면서 스스로 좀 기분 좋았던 게, 그동안 너무 귀찮아서 하지 않고 미루기만 했던 집안일들을 조금씩이나마 하나씩 매일 하는 걸로 버릇을 들여서 습관이 되고 나니 매일 하는 게 그리 힘들지도 않고 또 내 스스로 성취감 같은 게 생기면서 무기력증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안환경, 책상 위의 모습이 곧 그 사람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도 같은 게, 내 오래된 습관을 바꿔가면서 매일 정리하는 습관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늘 마음 속에 짐처럼 억눌려 있던 것들이 조금씩 없어지면서 복잡하고 지저분하던 내면도 같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더러운 싱크대 같은 내 내면이 싱크대 청소를 매일 하면서 그래도 예전보다는 덜 더러운 내면으로 바뀌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원래 집안일을 잘하고 기본이라도 하던 분들이 내 글을 본다면 '얜 도대체 얼마나 더럽게 살아온 거지' 하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애가 더 크기 전에 이제라도 하나씩 나아지고 있으니 너무 비난하지 않아주시길 바란다..
집안일을 밀리지 않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 핸드폰 중독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다짐의 글을 올렸지만 아직까지도 실천을 완벽히 하지 못했다. 나는 엄청난 핸드폰 중독자이다. 이거는 진짜 우리 친정 엄마와 여동생에게까지도 지적받던 것인데, 1분 단위로 폰을 보고 또 보고 그런 버릇이 내가 들어있다. 아이 앞에서 핸드폰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말 안 좋다고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아직도 못 고친 것이다.
집안일을 할 시간이 없고,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너무 바쁘다고는 하지만, 내가 핸드폰 하는 시간을 3분의 1 정도로만 줄여도 나는 더 많은 집안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밤에 핸드폰 할 시간에 핸드폰을 과감하게 던져주고 잠들기만 했어도 나는 수면부족으로 시달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책해봤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내가 핸드폰만 줄이고 필요한 것만 딱 본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우리 집의 환경을 우리 가족과 나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쯤 하나씩 없던 습관을 만들어 가는 걸 성공하고 있으니깐 '핸드폰 멀리하기'도 예전보다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집안일을 하는 이유, 나를 위해서
전업주부로서 살면서 집안일을 왜 해야하는지, 왜 주도적으로 해야하는지를 요즘 좀 많이 생각해보고 있다. 집안일이라는 것이 내 인생을 희생하고 혹사시켜가면서, 가족을 위해서 내 인생 하나를 갈아서 하는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집안일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밀린 집안일들을 보고 고통받고, 그러면 여유가 있는 시간에 하나씩이라도 하면 되는데 귀찮아서 미뤄 놓고 그러다가 또 고통받고, 그런 내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이 집안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를 하는 것도, 더럽지 않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다 가족보다도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내 자신이 편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힐링할 수 있는 집안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칠 건 고치고, 새롭게 가질만한 루틴도 만들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조금 신경을 쓰고 보니, 게으름도 부지런함도 모두 몸에 베이는 무의식 중의 습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으른 습관이 들면 계속 게을러지는데, 과하지 않게 적당한 부지런함 정도의 습관만 몸에 들여놓아도 집안일이 지금보다 훨씬 덜 힘들게 느껴질 것 같아서 좀 더 자기 수양 차원에서 노력해 보려 한다.
물론 아기를 보면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매일 먹을 반찬 메뉴 짜는 것도 나름 중노동임) 집안일을 같이 하는 것이 굉장히 벅차고 시간이 모자라고 힘들긴 하다. 하지만 아주 객관적으로 내 자신의 하루 일과나 그 모든 것을 돌아봤을 때, 핸드폰이나 유튜브 붙들고 있으면서 내 스스로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게 멍하게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 아직도 하루 중에 꽤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좀 더 깨끗하게 관리한 후에 집안일이 정말 내게 벅찬지 아닌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점검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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