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만2세반(4세, 네살) 남녀 성비 고민 및 후기

우리 아이는 이제 40개월, 네 살 아이이며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어떤 어린이집을 선택하여 보내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지를 정말 많이 고민한 후,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의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5개월 정도 지난 지금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고 아주 즐겁게 잘 다니고 있다. 내년에 이사가서 이 곳을 더 다니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어린이집에서 많은 것을 잘해주고 계셔서 만족스럽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처음 이 어린이집을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 내가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가 다니게 된 만2세반(4세 어린이반)의 아이들의 남녀 성비였다. 우리 아이 포함해서 총 12명의 아이들이 한 반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그 중 여자아이는 우리 아이 포함해서 3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머지 9명이 남자아이인 것이었다. 사실 이 나이의 어린 아이들이 똑같은 아기들이지 뭘 알겠나 싶어서 신경을 안 쓸라치면 안 쓸 수도 있었는데, 주변의 어린이집 근무경험이 있는 선생님이나 우리 아이의 동네 친구들의 엄마들에게 물어봤더니 남녀 성비가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보내기 시작하면서도 초반에는 너무 찝찝하고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어린이집을 다닌지 5개월이 되고 나서 보니 남녀 성비는 아직까지 이 나이대의 아이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크게 걱정할만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혹시 나처럼 걱정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실까 싶어서 그 후기를 간단하게 적어본다.


만2세반, 아직까지는 각자 따로 놀이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가 처음에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 갔을 때 좀 놀랐던 것이, 같은 만 2세반 아이들이라도 개월 수에 따라 발달 정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만 보니깐 몰랐는데 같은 연도에 태어났어도 초반에 태어난 우리 아이와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키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에 차이가 있었다. 학기 초반에 우리 아이가 다니는 반에는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말을 잘하는 아이는 우리 아이 포함해서 두 세 명 정도 뿐이었다. 기저귀를 떼고 대소변을 가릴 줄 아는 아이들도 입소 당시 기준으로는 12명 중에 우리 아이 포함 2명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말을 잘하는 편이긴 했어도, 역시 아직 36개월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소해서 그런지 친구들끼리 같이 노는 것보다는 그냥 따로 노는 경향이 더 강한 것 같았다. 또래와의 놀이가 가능한 것이 만 36개월 이후부터라고 하던데 아이의 반 담당 선생님들이 이야기해주시는 우리 아이의 놀이할 때의 모습을 들어봐도 아직은 아이들이 각자 노는 성향이 더 강하다고 하셨다. 내가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놀이를 하길 기대했는데 그건 36개월쯤까지도 어렵고, 아직까지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주도 하에 하는 놀이와 그에 따른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어린이집 활동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자아이가 대부분인 반에서 잘 생활하는 우리 아이

학기 초반에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 남녀 성비에 대한 걱정의 말씀을 드렸더니, 지금 나이에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좀 소심하고 주도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고 있을 때 '같이 놀자' 하고 끼어들어 놀이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좀 드센 남자아이들과 있으면서 활동적인 부분을 배우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도 나처럼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아이가 갖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에, 부디 어릴 때 남자아이들과 지내면서 우리 아이가 좀 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지금 5개월 정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우리 아이를 지켜보니, 실제로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여자아이들이 아니고 오히려 남자아이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아이들처럼 온몸을 다해 뛰어 놀기를 좋아하고 약간 대장부스럽게 성격이 바뀌었냐면 그건 또 아니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병원놀이 같은 역할 놀이를 정말 많이 하고, 아니면 공룡이나 동물 피규어를 가지고 소소하게 노는 걸 여전히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다만, 그렇게 놀 때 옆에서 같이 보조를 맞춰주는, 예를 들자면 병원놀이 할 때 '아~ 해봐'라고 하면 군소리 없이 잘 따라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하필이면 남자아이들이어서 그렇게 같이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이라고 모두가 다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몸으로만 노는 것이 아니고, 남자아이들 중에도 조용하고 소소하게 사부작거리면서 노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아이들이 있다는 걸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다행히 그런 아이들과 잘 맞아서 남자 친구들임에도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이 주로 보이는 성향을 따라하는 부분도 조금은 있다

다만, 이런 건 있다. 아무래도 반의 친구들이 남자친구들이 많다 보니 우리 아이 역시 그 아이들과 놀면서 곤충에 관심을 좀 많이 가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까진 좋은데 길 바닥에 벌레들이 보이면 꼭 막대기로 찔러보거나 한다. 전에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 몇 번 관찰해 보니, 남자친구들 중에 모여서 그렇게 노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야 어찌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고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서 남자애들하고 놀아서 이렇게 벌레를 찔러보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또 근래에는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 버스 등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것에 거의 관심이 없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너무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도 매일 자동차들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할 정도이다. 어느날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여서 내 짐작으로는 반 아이들이 대부분 남자아이들이라 그런 걸 좋아하고 장난감도 그런 걸 가지고 노는 걸 우리 아이가 보면서 자기도 같이 따라서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아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티니핑, 시크릿 쥬쥬 이런 거를 너무 좋아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티니핑을 보여주고 미미 인형도 사줘봤지만 아직은 그렇게 큰 관심을 안 보인다.


이상 짧게 정리해 본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후기였다. 학기 중간이 지난 지금, 우리 아이반은 두 명이 더 늘어서 남자아이 10명, 여자아이 4명이 같은 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남자아이들과 한 반에서 지낸다고 해서 그렇게 크게 달라진 모습은 딱히 없다. 영향을 받는 부분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지금 나이대에는 크게 걱정없이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부분은 그냥 타고난 성향을 따라가는 것 같다. 우리 아이 반 친구들도 몇 명 보면 남자아이인데도 우리 아이보다 더 얌전한 아이들도 있는 걸 보면 반에 여자가 많아서 어떻고 남자가 많아서 어떻고 이런 거는 아직까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년에 5세가 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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