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기간 뭐하고 놀까 4세 네살 아기 기록

이제 네 살, 39개월인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이 어제부로 드디어 끝났다. 다른 어린이집은 딱 일주일만 방학이라고 하던데, 우리 아이 어린이집은 목, 금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주 일주일동안 풀로 방학기간이었다. 주말까지 합치자면 총 11일을 아이와 함께 쭉 시간을 보낸 것이다. 

나는 올해 초에 아이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의 방학을 맞이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는 우리 아이와 또래인 아이들의 엄마들이 방학기간만 되면 뭐하냐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 때, 자기 아이랑 집에서 편하게 방학을 보내는 건데 왜 저렇게 오바하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아이의 11일의 여름 방학이 끝난 후 어제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데,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잠들었는데 몇 시간을 자도 피로가 안 풀리고 눈이 잘 떠지지가 않는 수준이었다. 방학기간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다른 엄마들의 심정을 이번에야 나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예전 우리들의 엄마 세대들은 아기 키울 때 어린이집이고 뭐고 없이 그냥 업은 상태로 집안일 다 하면서 애도 두 명 세 명씩 키우고 하셨다는데 거기 비빌 수준은 아니지만 나도 요즘 엄마들치고는 애들 어디 안 맡기고 끼고 있으면서 키웠다고 자부했으나 결국은 별로 특별할 거 없는 엄마였던 모양이다. 지난 11일간 매 끼니 챙겨주고, 놀아주고,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내 나름대로는 너무 기가 빨리고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어린이집 방학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는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힘들다고 느꼈던 방학 기간이 끝나고 아이가 등원한지 이틀째인 오늘에야 우리 아이가 여름방학 동안 했던 일들에 대한 정리를 할 기력이 조금 생겨서 정리를 해 본다. 해외나 기타 휴가지 같이 좋은 곳에 아이를 데려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가 나름대로 노력하여 아이와 함께 보낸 일정들을 정리해 보았다.


4세(39개월) 여자 아이 여름방학 일정들(문화센터, 주일 미사, 도서관 등)

우선 특별하게 방학 때 한 것들 외에 평범하게 일상에서 하는 것들은 그대로 했다. 아이와 일주일에 두 번씩 문화센터 수업을 발레, 영어 이렇게 두 개 듣고 있는데, 그 두 개는 모두 그대로 빠지지 않고 잘 들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부터 일요일에는 시간이 되면 아이와 함께 성당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시작부터 들으면 아이가 집중을 잘 하진 못해서 중간쯤 될 때부터 미사에 참여하는데, 우리 아이는 일찌감치 영유아 세례를 받고 성당에도 종종 데려갔어서인지 미사 시간 동안 조용하게 기도손을 하고 참여를 잘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우기고 고집 부리는 게 장난이 아니지만 미사시간만큼은 떠들거나 떼를 쓰거나 하지도 않고 조용히 잘 있는다. 많은 어른들이 기도도 하고 노래도 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밖에도, 우리 집 근처에는 정말 운이 좋게도 영유아 도서관이 여러 군데 있어서 아이와 함께 늦은 오후 시간쯤 해서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다 보고, 도서관 앞 마당에서 놀기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일상만으로 11일을 다 채우기는 쉽지 않아서 나름대로 특별한 장소도 몇 곳 다녀와 보았다.


드디어 가 본 뽀로로앤타요테마파크 월미도점

방학 시작 첫날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파크 월미도점에 다녀왔다. 이 곳은 올해 오픈한 곳인데, 건물 2층부터 5층까지가 뽀로로파크로 운영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이다. 다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요금은 다른 지점보다 비싼 부분은 있다. 그래도 직접 가보면 요금만큼 값어치를 한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비싼지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긴 했다. 일반 동네 키즈카페처럼 아기자기한 놀이를 위한 것이 아닌, 자동차나 기차, 여러가지 놀이기구 같은 것들이 다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대형 놀이공원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요금도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고, 중간에 30분씩 하는 싱어롱쇼 공연 또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진행되어 퀄러티도 높고 만족도도 높았다. 

이 곳만의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는데, 여러 후기를 보니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비되어 있는 시설과 공연관람을 위한 대기 시간이 이용시간보다도 더 긴 것이 큰 단점인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제는 방학기간이다 보니 당분간은 평일도 아마 주말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한 번쯤은(두 번은 아니라도 한번 정도는) 가볼만한 곳이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해서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식물원

일단 이 곳은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는 식물원이다. 다음에 또 가보고 싶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방문을 권하고 싶지 않다. 열대식물들이 많아서인지 정말 너무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복도나 식당, 휴식터 같은 곳은 물론 매우 시원하다. 하지만 식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인은 지하 1층과 1층으로 이어지는 온실 식물원인데, 너무 예쁘게 잘 꾸며 놓았지만 너무 너무 더웠다. 그냥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이 났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것도 신경쓰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놀았고 그걸 쫓아다니느라 더 힘들고 더웠다. 

만일에 다른 박물관 같은 곳들이 예약이 되었다면 굳이 서울식물원까지 방문하진 않았을텐데,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모든 어린이 박물관이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대충 방학기간 한 달 전쯤부터 각잡고 예약 시도에 올인했어야 하는데, 위에도 언급했지만 아이 방학을 맞이해 본 게 처음이라 그런 노하우를 미처 갖지 못했다. 다음에는 방학기간 한 달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 볼 작정이다. 그렇지만, 이 서울식물원은 아이 데리고 한 번쯤은 방문해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 중에는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야외에도 나름대로 포토존도 있고 넓은 들판도 있기 때문에 야외 산책까지 하려면 봄과 가을이 방문하기 좋은 최적의 시기일 듯 하다.


육아종합지원센터 방문

집 근처에 있는 육아종합센터도 이 기간에 방문했다. 말이 집 근처이지 버스타고 가야해서 조금 덥긴 했지만, 아이들 방학기간 동안에 이 곳에 에어바운스를 설치해 준다고 해서 에어바운스 미끄럼틀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예약 후 방문하였다. 막상 갔더니 에어바운스보다는 거기서 종종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더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오전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아이 데리고 딱히 갈 곳이 없는 경우 집 근처 육아종합지원센터를 검색하여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자주 가면 확실히 아이의 흥미가 좀 떨어지는 건 있지만, 그래도 1,000원~2,000원 정도의 이용료로 아이에게 한 번씩 새로운 곳에서 놀게 해주는 것도 엄마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예쁜 인테리어 카페 투어

아이들 성향마다 다를 것 같긴 한데, 우리 아이의 경우 카페에 가서 간식 먹으면서 조용히 있는 시간을 상당히 좋아하고 즐긴다. 잘 걷지도 못할 때부터 한 번씩 스타벅스에 데리고 갔었는데 그 때부터 익숙해진 것인지 카페에서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유기농이 아닌 약간은 자극적인 빵이나 케익 같은 것을 사줘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도 갈까말까 하니깐 이 정도는 아이에게 허락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는 그 동안 자주 갔던 스타벅스 같은 곳이 아닌, 인테리어가 예쁘고 포토존도 많은 카페로 아이를 데리고 가보았다. 홍대에 있는 카페에도 데려가 보고, 집 근처에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구며놓은 카페도 데리고 갔다. 일반적으로 아기를 데리고 엄마들이 많이 가는 그런 카페 말고, 그냥 성인들이 주로 가는 예쁘고 분위기 있는 카페로 데려갔기 때문에 나도 아이 방학을 핑계로 오랜만에 카페에서의 여유를 잠시나마 느끼고 왔다. 다만 이런 카페에 오는 사람들은 아기 엄마와 아기를 안 좋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역시나 평일 오전에 거의 오픈런급으로 가서 거의 아무도 없는 시간대를 이용해 아이와 있다가 왔다. 


스타필드 수원 방문

수원 스타필드는 예전에 주말에 아이와 한 번 가봤는데 큰 규모와 시설을 즐겨보고 싶었지만, 정말 쏟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저기 치여서 뭐 좀 즐겨보지도 못하고 얼른 빠져나왔던 곳이다. 그 때 아쉬움이 좀 남아서 이번에 아이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평일에 다시 한 번 다녀와 보았다. 평일이라서 일요일보다는 사람이 적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여전히 많고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밥을 먹는 것도 식사시간대도 아닌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전히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별마당 도서관도 생각보다는 별 거 없었고, 또 도서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명당 자리는 모두가 이미 자리잡고 앉아있어서 앉을 틈도 없었다.

이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 근처에서는 갈 곳이 여기밖에 없는 걸까, 수원 사람들은 여기만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벌써 좀 기 빨리고 지치는 면이 있었고, 또 엄청 큰 시설이긴 한데 생각보다 아기와 함께 즐길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 스타필드가 차라리 아기와 즐길 게 좀 더 많고 볼 것도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고양 스타필드는 가을쯤 되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수원 스타필드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9개월 아기와 직접 가 본 고양스타필드 방문후기 글 바로가기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와 다녀 온 곳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우리 아이는, 남들에 비해서는 그렇게 좋고 재밌는데 많이 안 다녀본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점점 더 재미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더 아기일 때는 집에서 보내는 소소한 시간도 그냥 잘 지냈는데, 이제는 나에게 '재밌는 곳에 가고 싶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우리 때는 그냥 흙 만지고 돌 만지고 놀았는데, 요즘은 애들이 눈 돌아가게 재미있는 곳이 워낙 많으니 그런 곳에 아이를 한 번 데리고 갔다 오면 아이는 그런 비슷한 곳, 혹은 그보다 더 재미있는 곳을 찾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번 여름방학 후 내 나름의 고민은 아이가 집에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만한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겠다는 것이다. 집에 뭐 거창한 걸 차리겠다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책을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도 충분히 재미있고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고 싶다. 남편은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자꾸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집 혹은 집 앞 동네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더 가르쳐주고 싶다. 그래도 어쨌거나, 어린이집 방학이 끝나서 훨씬 가벼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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