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 가정보육 후 어린이집 보내며 느낀 점 총정리

35개월간의 가정보육 후 우리 아이도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고, 벌써 2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쯤은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 좀 생겨서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해 총정리하여 기록해 보려 한다.


2개월간 우리 아이 어린이집 생활 정리

우리 아이는 35개월째인 올해 3월에 어린이집에 입소한 후 2개월 동안 점심까지만 먹고 데려왔다. 이후에 낮잠은 집에서 재우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가면서 재우고 문화센터를 다니거나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나와 남편이 35개월간 가정보육을 하면서 어린이집 생활보다는 가정보육이 아이에게 좋다는 그런 믿음이 있다 보니 어린이집도 또래와의 활동을 위해 잠깐 있는 것이 좋을 뿐 낮잠까지 낯선 곳에서 재우는 것은 매우 안쓰러운 일이라는 그런 과도한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오전만 가도 괜찮을까?

직접 보내보니,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오전만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오전이라고 하는 것은 점심까지만 먹고 나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어린이집 하루 일과를 보니, 선생님들께 뭔가를 배우거나 친구들과 바깥놀이 활동을 하는 것은 거의 다 오전에 이루어지고 점심먹고 나서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오후 간식을 먹으면 거의 하원시간이기 때문에 오전만 어린이집 생활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특별히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에 있어 뭔가 뒤쳐진다거나 소외된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오전만 보내보니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와서 엄마인 내가 밥먹고 조금 쉬고 하면 곧 다시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특별히 뭔가 여유가 더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싶다고 아기가 직접 이야기 함

그렇게 2개월간 점심만 먹고 낮잠은 집에 와서 자던 우리 아이는 어느날 엄마인 내가 조금 늦게 데리러 가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이 각자 자기 낮잠 이불을 펴고 잘 준비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걸 한 번 보고 나서, 왜 자기만 이불이 없냐며, 자기도 친구들과 같이 낮잠을 자고 싶다고 직접 엄마인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일시적으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며칠 뒤에 물어보아도 아이는 이제 엄마 없이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낮잠을 잘 수 있다고 계속 대답했다. 그 전에는 집에서 자고 싶고 엄마없이 낮잠 자는 건 싫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잘 수 있다고 대답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입소한지 2개월째인 이번 5월부터 낮잠이불을 사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낮잠을 시도한 첫날에 15분 정도 뒤척이긴 했지만 엄마를 찾거나 하진 않았고 잘 잤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날 등원하면서 내가 누누히 아이에게 당부도 했었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 때문에 잠이 안 오더라도 일어나서 떠들거나 돌아다녀서는 안 되고 누워서 조용히 눈 감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또 혹시나 잠이 안 와서 뒤척이는 일이 없도록 오전 7시 전에 아이를 항상 깨웠다. 그러면 보통 오후 1시쯤 되면 항상 졸려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낮잠 시도 첫날부터 낮잠을 잘 자기 시작했다.


충분한 적응시간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 듯

어린이집을 보내기를 꺼려하는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엄마 없이 낮잠을 자는 것에 대해 상당히 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막상 보내보니깐, 다행히 좋은 어린이집을 만난 덕분에 아이는 어린이집도 좋아하고,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좋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선생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익숙해지고 났더니 낮잠을 자는 것에 있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먼저 자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는 엄마 없이 낮잠을 자는 것에 대한 낯선 느낌이나 두려움 없이, 오히려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교실에서 함께 자는 것을 일종의 놀이처럼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너무 다행이고 기특한 반면, 이제 자식이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는 것의 어떤 첫번째 단계를 맞이한 것만 같아서 아쉽고 서운하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난 후 심심함을 크게 느끼는 아기

우리 아이는 35개월간 가정보육을 하면서, 대충 한 27개월 정도 되었을 때부터 나와 둘이서 집에서 노는 시간에 대해 심심하다는 표현을 조금씩 했던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그럭저럭 재미있어 하곤 했었는데,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집에 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하원 후에도 집에 가려고 하면 집에 가기 싫고 어디 다른 재미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고, 이번에 어린이집 다닌 후에 처음으로 외갓집에 며칠 간 다녀왔는데 예전에는 심심하다고 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심심해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니깐 이제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이가 지루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육아 강의를 듣다보면, 지루해하고 심심해 하면서 뭘하고 놀지 생각하는 과정이 아이의 창의력 발달과 사고능력 같은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라고 했는데, 늘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낸 덕분에 혼자 지루하게 있는 시간을 잘 못견디는 아이를 보면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어린이집 다닌 후로 책과도 조금 멀어진 아기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서부터 혼자 조용히 책을 보는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서 많이 사라진 점도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 우리 아이는 책을 정말 좋아했다. 집에서 읽던 책도 읽고 또 읽었으며,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책들도 재미있게 보곤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몸을 움직이며 친구들과 보내는 활동이 재미있어서인지 예전만큼 책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가정보육할 때는 내가 저녁시간에 저녁 준비를 하거나 하면 책을 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책은 예전보다 많이 보지 않고 심심해하거나 뭔가 재미있는 놀이를 주로 하고 싶어한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에는 책 속에 신기한 게 많았는데, 이제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밖에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서인지 예전처럼 차분히 책보는 모습이 많이 안 보여서 그 점도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상 생각나는대로 우리 아이의 2개월간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지난 2개월간 우리 아이는 엄마 아빠 없이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키즈카페로 견학도 다녀오는 경험도 했고, 늘 엄마와 다니던 체육수업도 엄마없이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벌써부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 하여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혹시 어린이집을 보낼지 가정보육을 할지 고민하고 계신 엄마들이 있다면 나는 두 가지를 다 말해주고 싶다. '엄마의 생각보다는' 어린이집에 아이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있는 시간이 그렇게 짠하지가 않고(물론 좋은 어린이집을 만났다는 전제가 있어야 함), 또 생각보다 아이가 엄마보다 친구나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 시기가 빨리 오기 때문에 가정보육을 할 수 있을 때 충분히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다 말해 주고 싶다. 

물론 우리 아이는 35개월까지 데리고 있다가 어린이집에 간 것이라서 적응한 것이지 실제로 24개월쯤 갔으면 내가 짐작했던 짠한 상황이 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다고 무조건 장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좋은 어린이집을 만나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참 즐겁게 잘 생활하는 것 같으니 그런 점에서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장점이 있고, 또 그렇게 어린이집에 가서 잘 적응하면 어느 순간 엄마보다 어린이집 선생님을 더 좋다고 말하는 날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엄마가 그럴 때 아쉬움이 없도록 가능한 한 최대한 가정보육을 하며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는 것도 나처럼 자식에 대한 애착이 심한 엄마한테는 권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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