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월 아기 어린이집 입소 첫날 적응기간 후기
오늘은 신학기, 바로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 첫날이다. 세 돌이 다 되도록 기관에 다니지 않고 가정보육을 해 온 아이였는데, 34개월이 되어 드디어 어린이집에 첫 등원한 것이다. 이번 주는 첫 주라서 적응기간으로 오전에 한 시간 동안만 어린이집에 있다가 집에 오는 기간이다.
지난 주쯤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전화를 주셨다. 나는 아이의 적응기간 동안은 당연히 엄마인 내가 아이와 함께 교실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 아이는 만2세반에 들어가는 것이라서 어느 정도 개월이 찼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교실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 혼자 바로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솔직히 내가 여기서 1차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낯선 공간에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게 되는 것인데 엄마와 함께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교실에서 낯선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있어야 한다니 너무 짠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애둘러서 선생님께 같이 들어가면 안 되겠냐고 이야기해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정 적응을 못하고 울면 그 때 어머님이 들어오시는 걸로 하고, 아이 혼자 들어가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계속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주말 내내 엄마는 어린이집 문앞에서 기다리고 선생님과 교실에서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다. 다행히 아이가 그래도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내 말을 알아듣고 혼자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 나도 안심이 좀 되었다.
그렇게 오늘 어린이집에 오전 10시반까지 첫 등원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담임선생님께서 '엄마랑 같이 교실에 가볼까?'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다른 신입생 아이들 엄마들이 애가 엄마랑 안 떨어지려 한다고 같이 들어가고 싶다고 하도 이야기를 해서 그냥 첫날인 오늘은 부모님을 들어오시게 하기로 했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큰 안심이 되었다. 비록 오늘 하루 뿐이지만 첫날만이라도 이렇게 같이 교실까지 올라가고 교실 안에서 아이에게 한 번만 설명을 해주어도 아이로서는 낯선 마음이 훨씬 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 들어가고 나서 여기서 다시 2차 충격이 살짝 왔다. 이 어린이집에 사전 방문 한 것만 두 번이었는데, 그 때는 아이들이 없을 때라서 깔끔하고 쾌적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기존에 어린이집을 다니던 재원생과 신입생들이 더해져서 교실 안이 아주 난장판도 아니었다. 장난감도 왠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애들은 여기저기서 다 어지럽히면서 놀고 있고, 이런 환경에 우리 아이를 꼭 두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너저분한 환경 자체는 이해한다. 집에서 애를 키워봤으니 내가 왜 모르겠는가. 내가 좀 정리를 하고 뒤돌아보면 뒤에서 다시 모든 걸 어지르는 것이 이 시기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이 10명 가까이 있으니 교실이 어수선한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두고 오려니 마음이 좀 그랬던 것이다.
그래도 일단 이 곳에 다니기로 했으니, 아이 손을 붙잡고 교실을 한 번 쭉 두르며 탐색을 했다. 그리고 대충 10분 정도 지났는데 담임 선생님이 '자, 이제 5분 뒤에 부모님은 인사하시고 나가실께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아이는 지난 주말 동안 어린이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나는 5분의 시간을 더 버티지 않고 아이에게 '엄마는 밑에서 기다릴테니깐 선생님이랑 잘 놀다가 만나자'라고 말하고 먼저 나왔다. 지난 주 통화하는 동안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던 나를 기억하시고 담임선생님이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아이가 재빨리 이 공간을 혼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고 교실을 나왔다. 우리 아이는 살짝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따라 나올 뻔 하긴 했는데, 내가 한 번 더 설명하고 선생님이랑 놀다 오라고 했더니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뒤돌아서 놀러갔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한 시간 정도 놀았고, 한시간 뒤 아이를 데리러 갔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다행히 우리 아이는 울지 않고 아주 잘 놀았다고 한다. 주방놀이나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진 않았고, 한 시간 내내 병원놀이만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잠깐씩 같이 해주셔서 선생님과 병원놀이를 했고, 아직은 친구들과 같이 놀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친구 한 명이 놀아주긴 했단다. 아무튼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 등원 첫 날, 울지도 않고 한 시간 동안 혼자 잘 지냈다.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의 생애 첫 어린이집 등원의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 우리 아이가 첫 날임에도 울지도 않고 짧은 시간이나마 처음 본 선생님, 친구들과 잘 있다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한 달 동안 어린이집 건물 주변으로 수차례 산책을 나왔던 것이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건물만 맴돌았음에도 아이에게 어린이집 건물을 익숙하게 함으로써 아이가 어린이집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교실 안에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 이름을 미리 여쭤보고 아이에게 계속 '우리 곧 OO 선생님 만날 수 있어!', 'OO 선생님하고 재밌게 놀 거야'라는 이야기를 계속 해주어서 아이가 처음 보는 선생님도 익숙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아이에게 내일 또 가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가고 싶다고 말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후기를 찾아보면, 어린이집을 잘 다니다가 어느 순간 안 가겠다고 하는 시기가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때는 그 때고 일단 첫 고비는 잘 넘겼으니깐, 앞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어린이집을 좋아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고 도움을 줄 작정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