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 34개월 아기 도레미곰 후기

이번에 우리 아이에게 도레미곰이라는 전집을 구매해 주었다. 도레미곰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한지 오래된 동화책 시리즈이다. 전세계 창작동화를 번역하여 묶어낸 책으로, 이 책의 장점은 책의 이야기들을 뮤지컬처럼 노래로 만든 음원이 함께 제공된다는 것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글들을 그대로 노래로 불러주는 음원을 CD로 제공해 주는 것인데, 아주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을 편곡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클래식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편곡의 퀄러티도 아주 훌륭한 것 같고,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들도 훌륭한 것 같다. 책 내용도 당연히 재미있고 신선하다. 기존에 우리가 오랜 시간 알던 동화나 옛날 이야기와는 또 달라서 창작동화만의 신선한 면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화가 아니라 외국의 동화라서 그런가,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정서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아이에게 직접 사준 한글 전집은 '야물야물 그림책', '개구쟁이 아치', '베베코알라' 등인데 이 책들은 음원 CD가 같이 제작되어 있진 않다. 베베코알라의 경우 동영상은 제작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 미디어는 최대한 늦게 노출시켜 주고 싶어서 동영상 보다는 음악 CD가 훨씬 좋다. 그런 면에서 이 도레미곰의 음원CD는 너무 마음에 든다. 사실 처음에는 이 CD에도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가 음악으로 듣는 것보다는 책으로 이야기를 접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악CD가 익숙해지면 책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엄마나 다른 양육자가 직접 책을 읽어주면서 목소리를 들려주고 서로 교감하면서 책을 보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이에게 아직 세이팬도 사주지 않았다. 책은 그냥 보고 생각하면서 읽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음악 CD를 들려주니 좋은 점도 참 많았다. 우선은 당장의 편리성이 엄청났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설거지를 하거나 급하게 집안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급한대로 CD를 틀어주면 아이가 가만히 음원을 듣다가 음원에 맞는 책을 함께 보면서 혼자 집중을 잘하고 있었다. 왜 엄마들이 아이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음원을 들으면서 책을 보면 그것도 일종의 미디어 비스무리한 느낌은 나는 것 같은데, 아이가 거기 집중하느라 엄마를 찾지 않아서 너무 편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직접 읽어주지 못하고 음악 CD에 의지한다는 것이 조금 양심에 찔리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려고 한다. 책을 뮤지컬로 읽어주는 이 CD는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밖의 장점도 있다. 나는 구버전으로 45권짜리 책을 샀는데, 이 중에서는 아이가 그림만 보고도 흥미를 가지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어떤 책들은 음원보다 내가 직접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하는 책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 책의 경우는 내가 읽어주려 해도 별로 관심을 안 가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음원으로 들려주면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책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45권 중 최대한 많은 권수에 관심을 두루두루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노래로 제작된 CD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34개월 아기에게 도레미곰을 사주기가 좀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본다. 실제로, 이 책은 두 돌쯤 되는 시기에 아이에게 사주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직접 구매해서 보니, 45권 중에서 앞부분인 1권에서 15권 정도까지는 내용이 좀 쉬워 보이긴 했고, 우리 아이도 약간 시시해 하는 것처럼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제 세 돌이 다 되어가는 34개월인 우리 아기가 보기에도 충분히 내용이 재미있고 수준이 맞는 내용인 것으로 보였다. 도레미곰에 대한 우리 아이의 반응은 상당히 즉각적이었다. 책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하려고도 하고, 책에 나오는 대사들을 그대로 따라하고 상황에 맞게 써먹기도 했다. 음악 CD의 노래도 계속 따라하고 말이다. 그동안 여러 번 책을 보여주었지만 보통은 처음에는 약간 반응이 시들해서 괜히 사줬나 싶은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은 보여주는 당일 바로 그 순간부터 바로 반응이 왔다. 이건 아마도 우리 아이가 30개월이 훨씬 넘어서서 이제 좀 많이 컸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이해력이 높아져서 바로 반응이 오는 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책을 사주는 사람 입장에서 피드백이 바로 오니 보람찬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아이처럼 34개월 근처 아이들이라면 더 늦지 않게 얼른 지금 사주시면 재미있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도레미곰의 경우에도 새 책으로 구입한 것은 아니고 당근마켓을 통해 구입하였다. 도레미곰의 경우 중고라도 해도 가격이 상당히 높아서 책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아도 10만원 이상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8만원에 45권을 판매하는 판매자를 발견하여 잽싸게 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비록 몇 권의 책은 손상이 있지만 그래도 동화 CD도 그대로 다 있고, 손상 있는 책을 제외하곤 새 책과 다름없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발품을 팔수록 그래도 괜찮은 가격에 좋은 책들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제작한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근마켓이라는 시장이 마음에 들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이상 도레미곰의 짧은 후기를 올려 본다.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오래 오래 잘 봐주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보면서 소리내어 감탄한 '내 마음을 줄께'를 읽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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