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 어린이집 2주 적응기간 후기(어린이집 장점)
이제 35개월이 된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지도 어느덧 2주가 되었다. 아직 2주 밖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점이 좋다 나쁘다고 확정하여 결론 지을 순 없다. 그래도 34개월이 되도록 어린이집에 안 다녔던 아이인만큼 2주간의 어린이집 생활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있다. 아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낯가림도 없고, 주위사람들과 애착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의 어린 아이라면 큰 차이가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개월 수가 차서 말도 잘하고, 친구도 알고, 선생님도 알고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으로 인한 변화가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그래서 그 2주간 경험한 것들에 대해 한 번 정리를 해 보았다.
의외로 엄마와의 분리가 잘 되는 우리 아기(정말 다행)
우리 아이는 34개월 동안 가정보육을 해왔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문화센터도 주 2~3회씩 꾸준히 다니고,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에도 참여하는 등 나름 애는 썼으나, 어쨌거나 늘 나와 함께 있다가 처음으로 분리되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는 첫날부터 2주가 지난 지금껏 아침에 나와 헤어질 때도 한 번도 운 적이 없다. 물론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얼굴이 약간 어둡고 긴장된 표정이긴 했다. 그렇지만 문 앞에서 안 들어가겠다고 하거나 엄마가 두고 간다고 운 적은 없다. 딱 한 번 (울었다기보다는) 어린이집에서 고집을 부린 적은 있었는데, 그건 5일때쯤 되는 날 다른 적응기간 엄마들보다 내가 5분 뒤에 도착했는데 그 때는 친구들이 엄마한테 가니깐 자기도 엄마한테 가겠다고 동요했다고 한다. 그 날 이외에는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내가 데리러 갔을 때 오히려 가지 않고 더 놀겠다고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엄마와 애착이 잘 형성 되어 불안함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하고 기분은 좋지만, 솔직히 내 생각에는 아이가 나와 둘이서 계속 지내는 시간들이 안정된 애착을 넘어서서 이제는 좀 많이 지겹기도 했을 것이라고 본다. 내가 매일 매일 엄청 드라마틱하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세 돌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며 정말 지겹도록 둘만 있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어린이집에서도 엄마와 분리가 잘 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활발하게 늘어난 또래친구와의 교류가 큰 장점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또래 친구가 많지가 않았다. 아주 가끔씩 만나는 친구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 두명이고, 그야말로 어쩌다 만나는 정도이다. 그런데 아이가 26개월쯤 되었을 때부터는 어디 데리고 갔을 때 또래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걸 보면 한참 쳐다보기도 하고, 또 그무리에 끼고 싶은데 어떻게 끼어야 하나 혼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 모습을 보니 왠지 짠해 보이는 마음이 들어서 어린이집에 이제는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어린이집을 보내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어린이집 적응기간 동안에는 아이 교실에 들어갈 수는 없어도 교실 문 밖에서 몰래 교실 안을 볼 기회는 몇 번 가질 수 있었는데, 그 때마다 아이가 웃으면서 놀고 또래 친구와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그리고 또 등원 첫날부터 집에 와서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모습도 보면서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하루종일은 아니더라도 또래와의 활동이 매일 정기적으로 필요한 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 외에 밖에서 만나는 어른들과의 교류
우리 아이 반에는 선생님이 세 분 계시는데, 사실은 우리 아이가 친구들보다도 아직은 이 선생님들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보인다. 엄마 이외에 좋아하는 어른들을 매일 만나는 것 또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아침에 등원할 때 선생님을 보면 몸을 베베 꼬면서 수줍어하면서도 무척 좋아하고, 역시나 적응기간 동안 문 밖에서 몰래 지켜봤을 때 선생님들을 보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이잖아!' 하면서 방방 뛰며 달려가는 걸 보니, 나와 단 둘이 있으면서 어지간히 지겨웠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생긴 것이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뉴스나 이런 데서 어린이집에 관해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보고 불안한 마음에 아이가 하루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데리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껏 데리고 있었던 것도 있긴 하고 아직도 늘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있긴 하다. 그래도 지금 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만 보면 반가워하면서 좋아하는 걸 보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고 아이를 잘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집에서 하지 못했던 활동들
어린이집 적응기간 동안 교실 밖에서 지켜보니 아이들과 매일 재미있는 것들을 참 많이 해주신다. 큰 풍선을 교실에서 가지고 노는 것만 해도, 집에서는 그렇게 큰 공간이 안 되는데 어린이집은 교실도 넓으니깐 같은 풍선을 가지고 놀더라도 동선이 넓고 또 친구들도 있어서 아이가 훨씬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모아놓고 선생님이 노래도 가르쳐주시고, 친구 이름도 불러보고, 또 교실에 가족사진을 아이들마다 다 붙여놓아서 우리 가족사진도 보고 다른 친구 가족 사진도 보는 등, 어린이집에서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들이 많은 것이 장점으로 보인다. 이런 활동들이 좀 더 어린 시기에는 아이에게 그렇게 큰 자극까지는 안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 아이는 4세(만2세반)이고 어느 정도 많은 걸 알고 배울 수 있는 시기이다 보니 어린이집에서의 활동들이 아이에게 새롭고 재밌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드디어 변기에 대변을 보는 것에 성공한 아기
우리 아이는 소변은 진작 가리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대변은 꼭 기저귀에 보려고 하는 아이였다. 지금까지도 사실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바로 오늘,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가 변기에서 대변 보는 것을 시도했다고 한다. 원래 내가 변기에 가서 대변 보자고 하면 안 된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시도를 하니깐 내가 이야기할 때만큼 거부하지는 않았고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줘보다가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적게라도 성공하게 된 것이다. 원래 애들이 집에서는 안 하던 것도 어린이집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땐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이번에 우리 아이도 그런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보통 한 번 변기에서 성공하기 시작하면 그 뒤로는 변기에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내심 기대 중이다. 드디어 완벽하게 기저귀를 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완성되지 않은 배변 훈련 또한 어린이집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어린이집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 아기
우리 아이는 우선 3월 한 달 동안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재우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와 함께 새롭게 입학한 다른 아이들은 이번 주 3주차부터 낮잠을 시도하는 중인데, 우리 아이만 아직까지 점심만 먹이고 바로 데려오고 있다. 나와 남편은 처음부터 아이는 집에서 재우고 싶었다. 다만, 내가 직접 등하원 시키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보니 낮잠을 어린이집에서 자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이 좀 바뀐 상황인데, 남편은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내린 상태이다. 아이가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어린이집에서 부모와 떨어져서 놀고, 밥 먹고, 잠까지 자는 것이 그냥 생각만으로는 왠지 좀 짠하게 느껴질 수 있고 남편도 나도 그런 마음에 아이를 오전에만 보내려고 했던 것인데, 막상 아이를 보내보니 그 시간 중 2시간 가까이는 그냥 애가 자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것이라서 사실 크게 뭐 짠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나와 달리 어린이집 안까지 들어가서 아이가 노는 것을 실제로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아직은 낮잠을 집에서 재웠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그 마음을 나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고, 아직은 내가 일하러 밖에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데려오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현재까지는 오전에만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다. 이 문제는 3월이 지나고 다시 고민해 보려 한다.
이상으로 열흘 가까이 어린이집에 35개월 아기를 보내본 후기를 정리해 보았다. 이제 어린이집을 보낼 계획에 있으신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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