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 아기 어린이집 설명회 후기
드디어 우리 아기의 첫 어린이집 설명회에 다녀왔다. 3월에 신학기에 맞춰 어린이집에 입소를 하게 되면 우리 아이는 35개월이 되고, 만 36개월까지는 가정보육을 하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권고를 그래도 어느 정도는 따른 셈이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36개월을 그럭저럭 잘 보내고, 어느덧 우리 아이의 첫 어린이집 설명회를 참석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린이집 설명회는 대략 어떤 분위기였고, 어떤 내용들을 설명해 주었는지 그 후기를 정리해 보았다.
우리 아이가 입소하기로 한 어린이집은 지역 국공립어린이집이고, 총 80명의 아이들이 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원장님은 30대부터 원장을 맡아 30년 가까이 쭉 근무해 오신 분이고, 본인의 커리어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신 분으로 보였다. 그렇다 보니 어린이집 입학 설명회도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한 느낌이었다. 한 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프리젠테이션을 하시면서 동영상과 기타 교육 자료를 다양하게 설명해 주셨고, 어린이집의 교육 철학과 추구하는 방향 같은 것도 자세하게 잘 설명해 주셨다. 남편과 내가 처음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만 해도 100% 만족스럽지는 않아서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 설명회를 다녀오고 나서는 남편이 어린이집 선택은 잘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서 나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이번에 새로 입소하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대략 30명쯤 된다고 했고, 나만 남편과 내가 같이 설명회에 참석하나 싶었지만, 우리 외에도 많은 부부가 함께 참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은 아빠들도 다들 육아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는 그동안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육수당을 통장으로 직접 입금 받았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면 그 때부터는 양육수당이 가정으로 입금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보육료로 지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 대한 전산 처리를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처음 보내는 경우 보육료 지원신청을 미리 해야 한다고 한다. 신청방법은 각 지역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을 하거나, 혹은 온라인 '복지로' 사이트에서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미리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육료 지원 처리가 되지 않아서 해당 월에 정부지원 없이 자비로 보육료를 납부해야 된다고 한다. 원장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미리 보육료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아서 첫 입소 후 한달간 자비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내는 가정이 실제로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는데, 다행히 어린이집 설명회에서 이렇게 사전에 정보를 주어서 문제없이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신 분들도 이 점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어린이집은 처음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아이의 적응기간을 한 달 가까이 둔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처음 보내는 부모들 중에는 적응기간이 짧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솔직히 내 마음 같아서는 어린이집은 보내지 않고 바로 유치원으로 보내고 싶을 정도로 나는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에 그렇게 적극적인 엄마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응기간이라도 최대한 길게 가지면서 아이를 붙잡고 있고 싶다. 일단 내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은 상태이고, 또 평소에도 잔걱정이 많은 터라 아이가 최대한 길게 적응기간을 가지고 서서히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천천히 패턴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6개월 동안 적응기간을 가지라고 해도 따를 용의가 있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너무 과하게 길어지면 오히려 적응을 또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입학 후에 담임 선생님을 만난 후 상의해 볼 계획이다.
우리 아이가 1년 가까이 들은 문화센터 수업 담당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간다는 걸 듣고, 아이와 함께 지금부터 입학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어린이집 앞까지 매일 산책을 가고 그 주변을 아이가 익숙해하도록 해주라는 말씀을 하셨다. 예전에 영유아 교육을 들을 때 강사 선생님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린이집 입소 전에 어린이집 주변을 매일 아이와 산책하면서 어린이집에 대해 아이가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그 곳이 굉장히 재미있고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아이에게 미리 심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어린이집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한 달 조금 안 남은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될 수 있는대로 매일 어린이집까지 산책을 다닐 예정이다.
이번에 설명회를 들으면서, 현재 어린이집 기본 보육시간이 등원 이후 오후 4시까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왜 오후 3시까지로 알고 있었을까. 오전 9시에 등원하여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솔직히 나는 좀 회의적이긴 하다. 내가 밖에서 일하는 워킹맘도 아니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게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까지 서질 않는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너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할 수도 있겠지만(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집에서 뒹굴거리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편안하게 지내는게 정서에 더 좋지 않을까?
특히 낮잠을 어린이집에서 자는 것에 대해 나는 너무도 회의적이다. 엄마가 직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과 가까운 집에 버젓이 있는데 왜 집을 놔두고 밖에서 낮잠을 자는 걸 시도하고 적응까지 해야 하는지, 그래야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에 더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 그래서 이것 역시 담임 선생님이 정해지면 상담을 해 볼 예정이다. 검색을 좀 해봤더니 어린이집 다니는 내내 점심까지만 먹고 낮잠은 안 재우고 하원시켰다는 엄마들도 있긴 했다. 나도 그렇게 할지 지금 고민을 좀 하고 있다. 우리 아이를 점심식사까지만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나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3시간 반쯤 뒤에 바로 아이를 데리러 다시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고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게 된다. 내가 몸이 좀 힘들긴 하겠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고 실제로 오전 활동과 점심식사까지만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만족한다면 꼭 오후 4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있게 할 생각이 현재로는 없다.
현재 33개월인 우리 아이의 요즘의 일상을 보면 오전에는 본인이 자고 싶을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나서 여유롭게 느릿하게 아침을 먹고, 본인이 먹고 싶은 간식도 본인이 원하는 때에 마음껏 먹는다. 그러다가 자고 싶을 때 낮잠을 자고 말이다. 한마디로 너무 편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고, 집에 있는 장난감을 좀 지겨워하는 것으로 보이고, 키즈카페나 문화센터 같은 곳에 가면 이제는 또래 친구에게 관심을 좀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편하게 잘 지내는 아이를 굳이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들이다. 어린이집 설명회에서 보여준 우리 아이 또래들의 여러가지 활동 영상을 보면 내가 집에서 해주지 못한 다양한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런 활동에 참여하면 너무 재미있어 하면서 즐거워하고, 어쩌면 엄마보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을 더 재미있어할지도 모른다. 엄마로서 아쉽고 좀 서운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이번 어린이집이 큰 도약이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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