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 아기 영어 가르치기 부작용 후기 말 더듬는 증상

요즘 나는 이제 세 돌을 두 달 앞두고 있는 우리 아기에게 영어를 조금씩 노출시켜 주고 있다.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고, 일상에서 보는 여러 사물이나 동물 같은 단어들을 영어로도 알려주고 있고, 영어 문장 같은 것도 한 문장씩 정해서 같은 문장 구조에 단어만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한 문장을 일주일 혹은 2주 단위로 반복하여 알려주는 정도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영어를 조금씩 가르쳐 주다 보면서 직접 경험한 부작용 비슷한 게 있어서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올려 본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글이다. 같은 언어 자극이 들어와도 모두 우리 아이같은 증상이 생기는 건 아니니 그냥 참고 같은 정도로만 해주시면 좋겠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영어 단어나 문장을 좀 집중해서 익히면 말을 더듬는 증상이 있다. 이런 증상이 처음 생긴 것이 작년 9월쯤, 즉 추석 무렵이었다. 그 때 우리 아이는 27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우리 애는 말을 꽤 잘하는 편이다. 개월 수에 비해서 말을 문장으로 이야기도 잘하고 어른처럼 이야기 해서 어디 데리고 다닐 때마다 '애가 말을 왜 이렇게 잘해요?'라는 이야기를 늘 듣곤 했다. 그런데 작년 27개월 무렵부터, 영어 문장도 아니고 영어 단어만 몇 개씩 알려주었는데 갑자기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겼다. 이 때 영어도 가르쳐주려고 시작했던 건 아니고, 사촌에게 영어책을 얻어서 재미로 단어만 몇 개 알려 주었는데 아이가 금방 외우길래 조금 더 알려 준 게 전부였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어어어엄마', '무무무무물 주세요'와 같은 식으로 말을 더듬었다. 모든 말을 저렇게 더듬으면서 한 건 아니고 특정한 발음 같은 게 저런 식으로 나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정하지도 않았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한 4일 정도 영어 단어를 신나서 이것 저것 가르쳐 주고 아이도 재미있게 따라하면서 그 와중에 묘하게도 시기가 딱 겹치면서 말을 더듬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 때쯤, 애한테 영어를 가르쳐줘서 말을 더듬는 증상이 나타난 건가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고민을 했는데, 검색을 좀 해봤더니 이 무렵 아이들이 언어가 발달하면서 말을 더듬는 증상은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과도한 영어 조기 교육으로 인해 말을 더듬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그냥 일반적으로도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기는 아이가 제법 있는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말 더듬는 아이에 대해 검색을 해 보면 의사들이 이야기를 해주는 영상이 검색이 많이 될 정도였다. 해결책은 딱히 없고 보통은 수개월 후에 저절로 이 증상이 없어지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그걸 지적하거나 고쳐주려고 하면서 신경 쓰는 걸 보여주면 안 되고 그냥 '무시'가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공통적으로 아는 척을 하지 말라는 글들이 많았고, 또 맘카페 같은 곳에서 검색을 해봐도 우리 아이와 비슷한 개월 수에 말을 더듬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고 또 대부분 그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지켜보는 과정 동안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은 좀 시들해졌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정말 말을 더듬는 증상이 조금씩 사라져서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없어진 건지, 아니면 내가 영어 단어를 가르쳐 주는 걸 좀 쉬어서 그런 건지는 몰랐지만 어쨌거나 아이에게 증상이 사라져서 걱정도 덜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5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 이번에 아이 영어 전집을 하나 장만하였다. 누누히 말하지만, 엄청난 조기교육을 시키려고 환장한 부모는 절대 아니다. 그냥 아이에게 서서히, 스며들듯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이들용 영어전집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이 많다. 그림도 귀엽고 책의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엄청 재미있게 보면서 음원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또 영어 단어와 문장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말을 더듬는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증상 자체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다. 엄마인 내가 봤을 때는 특정 단어를 말하려고 할 때, 말하고 싶은 단어가 빠르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본인도 좀 답답해 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영어를 일찌감치 아기에게 가르치는 것이 어떤 단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말을 할 순 없다. 그리고 모든 아이에게 공통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만큼은 영어에 노출이 될 때마다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매커니즘을 내가 전문가처럼 구체적으로는 알 수는 없지만, 그냥 내가 보기에는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 가지 언어가 발음과 구조가 다르고, 또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언어가 아직 어린 아이의 뇌에 동시에 들어갔을 때 머리 속에서 그에 대해 혼선이 오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말로서 입 밖에 나올 때 뭔가 꼬여서 나오다 보니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그렇게 장기적인 증상인 것처럼 보이진 않고 그냥 일시적인 증상으로 보인다. 영어와 한국어의 노출 빈도를 똑같이 하고, 주양육자인 내가 한국어를 쓰는 비중과 영어를 쓰는 비중이 같거나 영어를 쓰는 비중을 더 높였을 때는 문제가 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말더듬는 증상이 장기적으로 길게 갈 것 같진 않다. 영어 조기교육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면, 모국어의 발달이 아이의 언어발달과 두뇌발달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나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의 모국어가 한국어이고, 주양육자로서 아이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엄마인 내가 한국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국어의 발달을 우선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그냥 간식처럼 살짝 살짝 영어를 노출시켜주는 것은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우리 아이의 말 더듬는 증상이 아주 조금씩 다시 보이긴 했지만, 처음 말 더듬는 증상이 있었을 때보다는 그 빈도가 훨씬 적고 아이도 별로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곧바로 극복하는 것 같아서 저번에 말 더듬는 증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와는 차이점이 보인다. 아마도 그 때보다 지금은 아이가 영어에 예전보다는 조금씩 익숙해져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의 말 더듬는 증상을 통해 아이에게 영어를 한 번에 과하게 노출시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서시히 하나씩 가르쳐주다 보니 아이에게도 그렇게까지 큰 혼선이 생기진 않는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말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중에 학교에 갔을 때 이게 무슨 낯선 언어인가 하는 생소한 느낌 정도만 없이 영어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래서 아직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지금 이 시기에 조금씩 조금씩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다.

아기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작하려는 부모들에게 나의 부작용 경험담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적어 보았다. 우리 아이의 영어 교육에 대한 후기는 계속 올려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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