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휴대폰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우리 아이는 33개월인 지금까지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식당 혹은 다른 곳에 외출해서도 애초에 아이에게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래서 지금도 외식할 때나 어디 이동할 때도 스마트폰을 보여주질 않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바로 나, 엄마가 문제다. 나는 확신한다. 나는 스마트폰 중독자이다. 진짜 단 1분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있으면 뭔가 불안하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가 아닌데도 의미없는 인터넷 글들을 계속 보고 새로고침을 하곤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유튜브보다 인터넷 게시글 같은 것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뭔가 궁금한 이슈가 딱 하나 있다기 보다는 그냥 이것 저것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걸 찾아보기도 하고, 그냥 의미없는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를 볼 때도 손에서 폰을 거의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순간 내 폰에 관심을 엄청 가지기 시작했고, 아이 손에서 뺏아가면 울 때도 있다. '엄마, 핸드폰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때도 있다. 나도 뭔가 무서워지기 시작해서 핸드폰을 떨어뜨려 놓고 있기도 해봤지만, 참지 못하고 또 가져와서 손에 딱 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심각한 중독이며 금단현상도 상당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며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런 저런 자료나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 앞에서 폰을 보는 부모의 모습이 훨씬 더 아이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나 역시 새롭게 시작해 보려 한다.

보통 부모가 의사이면 자녀가 의사인 경우, 부모가 법조인이면 자녀도 판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가지는 경우를 꽤 많이 본다. 물론 아닌 경우가 더 많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아이의 삶이 부모를 보고 많은 부분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그런데 정말 과학적으로도 이게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보통 아기의 뇌발달 같은 것이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고 접하는 사람들이 부모인만큼 부모는 아이의 뇌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존재인 내가 아이 앞에서 그렇게 휴대폰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으니, 우리 아이에게 그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을지 정말 걱정이다. 

물론, 아이를 가정보육하면서 계속 폰을 들여다 본 것은 아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에는 대부분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핸드폰은 언제나 바로 옆에서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대기하고 있었고, 꼭 폰으로 뭘 하고 있지 않아도 아이의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때 늘 핸드폰으로 찍었기 때문에 아이의 눈에는 내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거울뉴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행동으로 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직접 하는 것과 똑같이 뇌에서 활성화하여 반응하는 세포들과 그 작용을 일컫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 거울뉴런이라는 단어와 그 뜻을 보자마자 너무 후회가 되고 지금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보고 있으면, 아이도 역시 뇌에서 자신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며 모든 세포들이 그에 걸맞게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인 이야기라는데, 그렇다면 이미 만 3세가 다 되어가는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가정보육을 하면서 늘 폰을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는데 말이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핸드폰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의 뇌에 있는 거울뉴런들은 아이가 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아이도 결국은 핸드폰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가지게 된다. 위에도 적었지만, 우리 아이도 어느 순간 자기도 핸드폰을 하고 싶다며 폰을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고, 가끔 손에 쥐어줘보면 스스로 금방 그 기능을 익혀서 자판을 누르고 하는 것을 본다. 이 거울뉴런의 효과와 아이의 활발한 뇌발달이 더해져서 금방 그 기능을 파악하고 익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아이가 핸드폰이 얼마나 재밌어 보이고 하고 싶었을 것이며, 그걸 부추기면서 못하게 한 나쁜 엄마가 바로 나인 것이다.

예전에 예능에서 배우 김승우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자녀 교육을 위해서 책을 늘 가까이 했다고 한다. 아무리 피곤하고 잠에서 깨기 싫어도 아이들이 유치원 갈 때엔 실제로는 책을 안 읽고 있어도 읽는 척을 하면서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고 나면 다시 잤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그 자녀들이 상위 1%에 들어가는 수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이 거울뉴런 이론을 보고 나니 문득 그 때 예능에서 봤던 이 일화가 다시 떠올랐다. 단순히 그냥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하나만 아니라, 부모의 모든 것을 아이가 보고 따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 앞에서 허투루 지내지 않고 성실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를 위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의 타고난 성격이나 습성도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는 평생 청소에 몰두하며 깨끗한 집을 유지하고 살았지만 나는 그런 재주는 없다. 오히려 극도의 더러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엄마가 바느질과 뜨개질하는 모습을 항상 보면서 자랐지만 나는 바느질 수업에서 D를 받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거율뉴런 효과가 모든 것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고, 따라서 지난 33개월까지의 내 육아가 아직 우리 아이의 모든 걸 망치진 않았다는 희망을 가져도 될까..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고 싶고, 내 핸드폰 중독으로 아이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부터, 오늘부터, 바로 지금부터 폰에 중독되어 의존하는 내 모습을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선언한다.

스티브잡스는 아이패드를 세상에 만들어 내어 놓았지만, 자신의 어린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를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예 태블릿 자체를 보여주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만큼 그런 것들이 어린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기기를 만든 사람도 그렇게 조심하는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 방심하며 지낼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오늘부터 폰은 저 멀리에서 급한 전화나 메세지가 울릴 때 받을 수 있게만 놓아 두고, 스마트폰 없이 자유롭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 볼 예정이다. 일주일 뒤쯤 그 실천 후기를 다시 글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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