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 아기 데리고 갈만한 곳 서울생활사박물관 후기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이제 세돌 가까이 되어가는 우리 아기를 데리고 갈만한 박물관을 검색하다가 '서울생활사박물관'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이 곳까지 거리도 너무 멀어 차로 한시간 좀 넘게 가야했고, 왕복으로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갈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길에서 시간을 보내도 될만큼 괜찮은 곳일까 하는 걱정이 좀 되었지만, 막상 다녀오니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음 주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한 번 더 다녀올 예정이다. 부모님들과의 후기는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우선 우리 아기와 다녀온 후기를 기록으로 남겨볼 예정이다.
아기 데리고 가기 좋은 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막상 건물 앞에 내리면 약간 주택가 골목길 같은 곳에 박물관이 위치해 있어서 그 규모가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안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박물관 컨셉이 서울 시민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것이라서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했는데, '옴팡 놀이터'라는 어린이 체험관이 있어서 아이들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박물관 내 어린이 체험관, 옴팡 놀이터 후기
모든 이용료는 무료이지만, 옴팡 놀이터의 경우 미리 인터넷을 통해 방문예약을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박물관을 다니다 보니 자연히 알게 되었는데, 모든 어린이 박물관은 사전예약을 하고 방문할 수 있다. 정해진 공간 내에서 아이들의 동선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려면 적당한 인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주말에는 아마도 예약이 쉽지 않을 것도 같은데, 우리 가족은 평일 낮에 방문하였기 때문에 예약에도 어려움이 전혀 없었고,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으며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한 번 예약을 하면 2시간 동안 이 옴팡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옴팡 놀이터는 1층과 2층이 있는데, 주로 모든 이용시설은 2층에 있다. 이 곳의 마스코트가 대형 미끄럼틀인 것 같은데, 경사가 급하다 보니 키가 100cm는 넘어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100cm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끄럼틀 자체는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2층에 여러 가지 유용한 시설이 많았는데, 그냥 가볍게 간단한 장난감과 주방놀이 같은 것도 있었고, 직업이나 자연, 환경보호 같은 것들을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 신발을 벗고 이용하는 공간이고, 또 시설들에 비해 여유 공간이 널찍하여 우리 아이 같은 경우 그냥 여기 저기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어 했다. 또 아직 아기라서 그런지 시설 하나에 재미를 느끼면 다른 곳에 갈 생각을 안하고 그 안에서만 계속 반복하며 놀았기 때문에 시설이 단조롭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너무 만족스러워 해서 다녀온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른들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생활사박물관
옴팡놀이터를 이용한 후에는 박물관 내 전시물들을 관람했다. 서울시민의 생활사 변천에 대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딱히 서울시민이 아닌 그냥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았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다. 집, 가정, 결혼, 직업, 출산, 교통 등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변화 과정을 느낄 수 있게 전시가 잘 되어 있었다. 박물관 옆건물에 있는 구치감 체험실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감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60년대 70년대 다방, 문방구, 만화방 같은 곳들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 저기 볼거리도 많고 포토존도 많아서 부모인 나와 남편이 더 재밌게 관람하였지만, 우리 아이도 뭔지도 모르고 재미있어 해서 가족 3명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박물관
다만, 이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100% 잘 즐기려면 보는 사람의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이미 40대 중반이므로, 박물관에 전신된 예전 시대의 전시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서 공감을 하면서 보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보다 한참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역사를 보는 것이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우리 부부가 느꼈던 재미까지는 못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세대 중 40대 초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내 나이 또래 세대들이 다른 세대들과 조금은 다른 점을 꼽아보자면, 우리 세대는 아날로그와 지금의 현대문물들을 모두 익숙하게 경험한 세대라는 점이다. 이게 뭐 꼭 좋고 나쁘다기 보다는 그냥 그 점이 좀 특이하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어린 시절 교실에서 나무로 불을 피우는 난로를 겨울철에 쓴 경험이 있고,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없었고, 음악을 들을 때 휴대용 워크맨이나 CD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며 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이런 걸 다 경험했으면서도 동시에 스마트폰, 키오스크, 컴퓨터, 챗 gpt 같은 것 또한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니 말이다.
만족스러웠던 3층 카페 테라스와 방문객 휴게실
여유있게 박물관을 둘러 본 후 3층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했다. 봄이나 여름 같은 계절에 방문하면 야외 테라스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을 것 같고, 추운 겨울에 방문해도 따뜻한 실내 카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고, 기프트샵 같은 것이 카페 내에 함께 있어서 찻잔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평일에 이런 곳을 방문하면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이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아이와 방문하는 어린이 박물관에 보통 주말에 가면 많은 사람들에 치여 너무 기가 빨리는데, 평일에 방문해서 이 모든 것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박물관 옆 건물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는데, 여기서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그 점도 좋았다. 우리는 1시에 옴팡놀이터를 예약해 놓았고 집과 박물관의 거리가 멀어서 점심 먹을 시간이 애매했기에 간단한 도시락을 싸갔는데, 이 휴게실에서 따뜻하게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박물관 출입구가 제한된 곳이 많아서 길을 약간 헤매긴 했지만, 1층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면 금방 안내를 해주셔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여유롭게 시설을 즐기다 보면 하나의 단점이 바로 주차비다. 박물관 내 주차는 주차요금이 좀 비싼 편인데, 주변에 공영 주차장이나 유료 주차장을 알아 보면 좋다. 우리는 박물관 내에 주차하지 않고 박물관 바로 앞에 도로에 유료로 주차하는 곳에서 주차를 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옴팡놀이터도 그렇고, 박물관 전시 시설들도 그렇고, 모처럼 어른과 아이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곳에 방문하여 돌아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보통 어린이 박물관에 다녀오면 어른이 즐길 건 없기 때문에 아이들만 계속 쫓아다니면서 집에 오는 길에 진이 빠지곤 했는데, 이번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방문 후 집에 오는 길에 남편과 함께 추억팔이를 하면서 올 수 있었다. 관람하면서 우리 부부보다도 우리 부모님 세대 분들이 오시면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어서 부모님들과도 함께 다시 와보기로 했다. 거주하는 곳에 따라 거리가 약간의 단점이 될 수 있기는 한데 그것만 감안하면 좋은 박물관 관람이 될 수 있을 듯 하여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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