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발레 엄마의 32개월 아기 문화센터 발레수업 후기
아이들에게 신체활동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활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뇌의 발달을 비롯해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유아 아기들을 위한 문화센터 수업에서 여러가지 신체활동과 관련된 수업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트니트니 수업인데,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트니트니 수업을 재미없어 했다. 이제 겨울철이고, 아이에게 신체활동은 시켜야 하고, 그러다가 이번에 '앨리스 발레'라는 문화센터 수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신청하여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후기를 올려보려고 한다.
영유아 문화센터 발레수업 후기
아이들의 문화센터 발레수업을 좀 찾아봤더니 너무 어린 개월 수의 아이들을 위한 수업은 없고, 대부분의 수업들이 얼추 최소 28개월 내지는 30개월 가까이는 되어야 참여할 수 있는 수업들이었다. 다행히 우리 아이도 이제는 발레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만큼 컸기 때문에 이번 겨울학기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아기 발레수업 준비물
기본적으로 발레복, 발레슈즈, 발레타이즈가 준비물이다. 수업을 들어보니 타이즈는 굳이 발레수업용으로 따로 구매할 필요는 없는 것 같긴 한데, 길게 들을 거라면 그냥 하나 정도는 사도 괜찮은 것 같다. 나는 디자인이나 이런 건 신경쓰지 않았고 가장 기본템, 가장 저렴한 가격의 모델들로 준비했다. 수업에 들어가 보니 좀 더 화려하고 예쁜 장비들을 갖춘 아이들도 있긴 했는데 우리 애는 아직 뭘 모르니깐 지금 시기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풀세팅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겨울철에 좀 춥다 싶으면 발레복 위에 일반 가디건이나 티셔츠로 입혀도 무방하다. 굳이 발레용 워머나 발레용 가디건까지 정식으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영유아 발레 수업 내용
나는 서른살 때부터 취미발레를 4년 정도 열심히 했다. 어느 정도 열심히 했냐면, 4년의 취미발레 기간 동안 퇴근 후에 하루에 3시간씩 주 5일로 다닌 기간만 2년 가까이 될 정도이다. 그래서 그냥 발레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취미발레에서는 나름대로 전문가라고는 할 수 있지 않나 하고 스스로 약간의 자부심 같은 것은 있는 정도이다.
아무튼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 발레에 대해 아예 모르진 않아서, 이번 발레 수업을 듣기 전부터 집에서 아이에게 발레 영상을 잠깐씩 보여주거나 직접 동작과 동작 이름을 가르쳐 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제 33개월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는 대충 발레가 어떤 느낌인지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영유아 발레 수업을 들어보니 발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가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직은 수업에서 발레를 제대로 배운다는 느낌 같은 게 솔직히 없었다. 40분 수업 중에 그래도 발레 같은 걸 배우는 것은 20분 정도일까? 그 20분 중에서도 10분은 준비운동처럼 스트레칭 하고 다리 마사지 같은 걸 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20분은 교재에 스티커 같은 걸 붙이고(앨리스 발레는 교재가 있다), 유명한 동화를 듣고, 통합놀이 비슷하게 활동을 한다. 벽에 붙여진 그림에 카드를 붙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실망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어차피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발레동작을 따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고, 또 정식 발레 클래스처럼 수업을 했다가는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서 오히려 발레를 안 좋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레를 그렇게 많이 배우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해서인지, 우리 아이는 이 발레 수업을 굉장히 좋아하며 잘 듣고 있다. 수업 때 쓰는 CD를 교재로도 받아서 집에서 틀어주고 있는데, 수업 때 배웠던 동작들을 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복습도 하고 노래도 따라하며 즐기고 있다. 겨울철이라 아무래도 밖에 산책도 잘 못 나가고 놀이터도 못 가고 있는데, 그나마 이렇게 발레수업을 들어서 신체활동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수업 자체는 낯설어 해서 동작을 익숙하게 따라하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들으면 아이도 잘 적응해서 무난하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을 때의 장점
내가 취미발레를 하면서 발레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발레를 체육처럼 남자 여자 통틀어 우리 나라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필수 교과과정으로 배운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굳이 전공자나 전문 댄서들처럼 잘할 수준까지 배울 필요는 없고, 그냥 발레의 기본 정도만 성인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두번씩 꾸준히 배울 수 있는 정도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발레를 배우면 기본적으로 어깨를 펴고 등과 목의 척추를 의식하여 똑바로 자세를 취하는 것을 항상 기본으로 하는데, 요즘처럼 아이들이 책상에만 앉아있고 게임만 하면서 몸을 바르게 할 기회가 없을 때 학교에서 기본으로 이런 발레 수업 같은 걸 들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자세를 바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내가 생각하는 발레의 장점으로는, 발레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보여지는 우아함,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춤인데다가 거기에 클래식 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초등교육 때부터 이런 걸 꾸준히 아이들이 접하게 하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예술을 통한 교양을 쌓고 품위있는 자태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이나 음악 수업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교양은 쌓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몸을 통해서 표현될 수 있는 예술성과 우아함은 미술이나 음악보다도 훨씬 눈에 잘 보이고 직접적이다. 예전에 내가 청소년일 때도 그랬겠지만, 지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인성, 도덕성, 품위, 교양, 인내를 강제로라도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여러 이유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한 번씩은 다 접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영어와 더불어 어릴 때부터 배워야 더 좋은 발레
발레를 4년간 배우면서 이걸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참 냉정하게도, 발레는 나이의 한계를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영어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한 사람과 커서 공부한 사람의 영어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발레도 스트레칭이나 여러 기본 동작 같은 것들을 어릴 때 어느 정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커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절대 좁혀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꼭 발레만이 아니라 공부, 운동 등 세상 모든 것들이 사실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좋긴 하지만..
장담할 순 없겠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발레를 꾸준히 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아이도 싫어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너무 발레를 좋아해서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건 정말 부모로서 원하지 않는 곤란한 일이지만(발레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적당히 취미로는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싶다. 예전에 취미발레를 배울 때 내가 수업을 듣던 반에 20대 수강생이 본인의 50대 엄마와 함께 발레수업을 들으며 발레를 배웠는데 그게 참 좋아보였다. 우리 딸이 20대가 되면 난 60대이긴 한데, 좀 무리수가 되더라도 아이와 함께 발레를 즐기는 경험을 나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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