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아기 가정보육 vs 어린이집 선택 장점 단점

이제 30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이는 아직까지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집에서 나와 함께 지내며, 주 3회 문화센터 수업을 다니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나는 그래도 육아가 그렇게 체질에 안 맞지는 않았던 것인지 그럭저럭 30개월까지 잘 지내왔다. 36개월쯤부터는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인근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두긴 했는데, 순번이 2번째라서 과연 내가 원하는 내년 신학기 3월에 맞춰 연락이 올지는 미지수이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좋을까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두고 36개월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최근에 나의 마음을 좀 흔드는 작은 계기가 있었다. 얼마 전 우리 아기의 동네 친구 엄마와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엄마 말은 우리 아기가 너무 똑똑하고 야무진 것 같아서 하루라도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간 주변 혹은 인터넷에서 어린이집에 보내야 사회성이 발달한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할 때는 내 나름의 소신이 있어서 흔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동네 친구 엄마 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이가 지금 너무 발달이 잘 되고 있으니깐 이 때 뭔가 여러가지 자극이 다양하게 필요하다는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내가 아이와 함께 하며 아이에게 주는 자극이 좀 한정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필 또 36개월까지의 시기가 아이의 뇌발달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하니 남은 이 6개월의 시간을 어린이집 활동으로 좀 더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 36개월 아기 기준으로 어린이집을 보냈을 때의 장점과 가정보육을 했을 때의 장점에 대해 검색한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양육자가 이야기하는 어린이집 보낼 때 장점(평범하고 정상적인 착한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기준)

  1. 또래 친구들과의 활발한 교류 기회가 많음
  2. 집에서 미처 해 줄 수 없는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활동과 체험
  3. 단체생활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규칙과 질서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음
  4. 엄마의 자유시간, 워킹맘의 경우에는 커리어 유지(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양육자가 이야기하는 가정보육의 장점(아이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극을 주려 노력하고 아이를 방치하지 않는 양육자 기준)

  1. 애착형성을 통한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그에 따른 아이의 발달
  2. 아이와 충분히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쌓을 수 있는 추억
  3. 어린이집 내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막연한 걱정 차단
  4. 비교적 덜 자극적인 간식과 먹거리
  5. 부모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
적어놓고 보니 어린이집을 보낼 때의 장점이 가정보육은 갖기 힘든 단점이 되고, 가정보육의 장점이 어린이집 보낼 때는 갖기 힘든 아쉬운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결정이 절대 쉽지가 않다. 다만, 나는 어린이집보다는 가정보육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가정보육에 훨씬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가정보육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

내가 느낀 가정보육 최대의 장점은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이런 일이 생길까 저런 일이 생길까 불안에 휩싸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 가정보육을 선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어린이집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좀 지나치게 걱정하는 스타일이다. 어린이집 뉴스만 아니라 다른 온갖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환경 뉴스도 다 마찬가지다. 그렇게 걱정이 많은 타입이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다면 가정보육을 하리라는 생각을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쭉 해왔다. 만 36개월까지의 애착이니 사회성 발달이니 하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지도 않았고 내가 가정보육을 선택한 이유에 아예 해당하지도 않았다. 다만, 가정보육을 하고 나서야 여러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 육아에 있어 36개월까지를 무척이나 중시 여기는 애착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나의 가정보육의 이유를 내 자신의 걱정 많은 성격 때문이 아닌 애착이론에 바탕과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끼워 맞추며 흡족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는 했다. 

가정보육을 하며 느꼈던 점들

나는 반찬 같은 것은 시어머님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 혼자 하고 있다. 물론 아주 도움이 없는 건 아니다. 친정이 운전해서 7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곳에 있어 친정 부모님께는 도움을 기대할 수 없지만, 시부모님은 30분 거리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시부모님께 가서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밥도 얻어먹고 빌붙어 있다가 오기는 한다. 하지만 시부모님 두 분 다 70대 중반이시기 때문에 아기를 봐주시러 우리 집에 오시게 하거나 이런 건 하지 않고 나의 힘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

그런 내가 가정보육을 하면서 지내 온 지난 30개월을 돌이켜 보면 많이 힘들긴 했어도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름대로 할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와 24시간 내내 붙어 있으면서 아이가 커가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제일 만족스럽다. 아이에게는 나와 보낸 3년 가까운 시간들이 어린이집에서 보냈을 때 보다 여러가지 발달 측면에서 정말로 더 좋은 영향을 주긴 했을런지 솔직히 확신도 없고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이와 보내며 쌓여온 시간들이 다 너무 귀하고 좋은 추억이다. 특히 나 자신이 모든 일을 엄청나게 귀찮아하는 성격이고 또 정말 다시 없을 엄청난 집순이에다가 운전면허증만 따 놓고 운전도 못하는 사람인데, 아이에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치 좋은 곳, 분위기 좋은 카페, 볼거리 많은 박물관, 다양한 수업의 문화센터 등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여기저기 참 열심히 다닌 것에 대해 나 자신에게 애썼다고 말하고 싶다.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때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면 뿌듯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 

또, 우리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여기 저기 갔을 때 어린이집에서도 단체로 와서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는 일도 참 많았는데, 그럴 때면 나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해주는 활동들을 집에서 놓치지 않고 우리 아이에게 해주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온 경우를 보면 박물관 같은 비교적 안전한 실내 공간에서는 몇몇 아이들의 경우 그냥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봤고, 야외 같은 경우에는 포토존에서 한 명 한 명 일일이 사진 찍어주느라 아이들이 노는 것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봤다. 그럴 때는 내가 아이를 이렇게 직접 데려온 게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오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는 또래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게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른들이 어디 놀러갈 때 부모님과 가는 것보다 친구들과 가는 게 좀 더 재밌는 것처럼 말이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걱정되는 점

이번에 가정보육과 어린이집의 장단점에 대해 검색하면서 알게 된 것 중, 늦게 어린이집에 간 아이는 일찍 간 아이들보다 오히려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아이 입장에서는 이제껏 자기 마음대로 하고,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고, 눈치 볼 필요 없이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고 편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단체생활을 하며 규칙을 지켜야 하고, 떼를 써도 받아줄 엄마가 교실에 없고, 장난감이든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이든 친구랑 같이 나누어야 하는 게 충분히 스트레스 요소일 수 있을 것이다. 뭘 모를 개월 수에 가서 처음부터 익숙해졌으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이제 뭔가 조금 알고 자아도 생기고 하는 시점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니 적응이 힘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를 너무 늦게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 어린이집을 보내든 간에 아이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받는 기간을 한 번씩은 거친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가 어디든 잘 적응하고 잘 이겨내는 강한 멘탈의 아이로 크길 바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적응'이라는 인생 첫번째 과제부터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아무쪼록 충분한 가정보육 기간의 경험들이 아이가 여러가지를 극복해 나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30개월간 가정보육을 한 우리 아이의 상태

일단 언어를 보자면 말은 상당히 빠른 편인 것 같다. 우리 아이가 만나는 또래 친구의 엄마들, 문화센터 선생님들, 그 외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애가 말이 빠르다고 입모아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책은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많이 읽어주었는데 그게 도움이 좀 되었던 것 같다. 반면 신체 발달은 그저 그렇다. 우리 아이는 걸음마도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늦은 14개월에 시작했다. 그것도 문화센터 수업을 통해 또래 아이들이 걷는 걸 보고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발 점프 같은 것도 되긴 되는데, 비슷한 또래 애들이 엄청 방방 뛰는 것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사회성은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좀 예민한 부분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친구들과 부딪히거나 다툼이 있을 때면 상대 아이는 별로 깊게 신경 안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 우리 아이는 혼자 삐져서 저기 멀리 벽쪽으로 뛰어가서 토라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도 귀엽긴 한데 좀 잘 삐지는 아이처럼 보이는 건 타고난 기질 탓인지 어린이집을 안 가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사회성까지는 아닌데, 어떤 물건이나 장난감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약삭 빠르게 잘 챙기거나 뺏거나 하고, 자기 소유와 자기 영역으로 확보를 잘하는 편인데, 우리 아이는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우리 아이 손에 들고 있는 걸 다른 애가 가져가도 가서 빼앗아 올 줄을 모르고 그냥 멍하게 뺏기고 있거나 그냥 울거나 한다. 내가 봤을 때는 다른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그런 경험이 많아서 자기 소유를 주장하고 자기 것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반면, 우리 아이는 또래와 그런 걸 경쟁할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쩔 줄 몰라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릴 때부터 하드한 환경에서 키웠다면 약삭빠른 면이 있었을텐데 너무 물렁한 환경에서 키운 것 같아 그런 점은 걱정이 많이 된다. 또래와의 경험이 많으면 좋을텐데 내가 워낙 인간관계가 좁다 보니 노력은 했지만 아이 친구를 많이는 못 만들어줬다. 30개월인 지금까지 우리 아이의 친구는 고작 3명 뿐이다.

아이가 심심하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한 것은 28개월때쯤부터이다. 특히 나와 똑같이 가정보육을 하던 동네 엄마가 이사를 간 후로 아무래도 매일 누구를 만나다가 그런 이벤트가 없어진 탓도 있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한 줄기 위로가 되는 것은 얼마 전 들었던 영유아 부모교육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들이 심심함을 느낄 때 뭐하고 놀지를 생각하는 과정이 아이의 뇌발달과 창의력에 도움이 되어 필요한 과정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아이가 심심해할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좀 벗어나긴 했다.

이제는 우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까

사실 아이보다는 엄마인 내가 아직은 아이를 놓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남편이 나에게 '지금 대기 중인 어린이집에서 연락오면 바로 보낼 수 있겠어?'라고 물어봤는데 보낼 수 있다는 답이 바로 나오질 않았다. 가정보육을 시작할 때 내 기준은, 아이가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볼 수 있고, 또 하루 중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본인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때 기관에 보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은 그것들이 진행 중인 상태이다 보니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그러나 가정보육을 더 선호하는 나조차도 이제쯤은 슬슬 기관 생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나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집에 있으니깐 오후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두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낮잠은 집에 와서 자게 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아이도 단체생활을 하고 새로운 환경과 자극을 접하면서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있으며 배운 것 이외의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할 때가 거의 다 되긴 했다. 몸과 마음이 강한 사람으로 크기 위해서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에도 슬슬 노출되어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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