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월 아기 말더듬는 증상
최근 이제 29개월이 된 우리 아기에게 영어를 같이 가르치겠다는 의욕에 차서 근황을 열심히 글로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우리 아이에게 없던 증상이 생겨서 기록 차원에서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아기에게 말을 더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말더듬는 증상이 시작된 아기
우리 아이는 원래 말을 잘했고, 말이 빠른 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엄청나게 말이 빠른 애들보다는 좀 덜한 편이어도, 두 돌이 되기 전에 두 단어를 붙여서 말을 하고, 문장도 구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두 돌이 지나면서는 그 문장력이 엄청 발달하여 우리 또래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로부터도 애가 말이 빠르다는 인정을 받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아이가 '무무무무서워요'라고 하거나, '주주주주세요', 혹은 '가가가같이 해요' 이런 식으로 단어를 시작할 때 말을 더듬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말의 시작이 무조건 더듬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을 잘 하다가도 하루에 여러 차례 이런 사례가 반복되다 보니 너무 걱정이 되어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3세에서 5세, 혹은 3세에서 7세까지 아이들에게 흔한 증상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이 시기에 말을 더듬는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이야기가 꽤 많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을 하고 있고, 이미 아이들을 키워 본 엄마들도 우리 아이와 비슷한 경험담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놓은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3세에서 5세 정도의 아이들의 경우, 다양한 자극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면서 언어 발달과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말 더듬는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말이 빠른 아이들의 경우에도 이런 증상이 종종 일어나곤 하는데, 한참 말을 잘 하고 발달을 빠르게 하다가 갑자기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도 말을 술술 잘 하다가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이라서 다른 아이들의 후기가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왜 말을 더듬는 것인가?
말 더듬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곤, 이렇게 말더듬이 증상이 시작되어도 2~3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한다. 다만, 여러가지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것들이 말더듬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도 있고, 또 하고자 하는 말이 머리 속에서 막 떠오르는데 그걸 급한 마음에 빨리 말하고 싶다 보니 머리로 떠오르는 것과 아직 완벽하지 않은 언어구사력 사이에서 오류가 생겨 말을 더듬기도 한다고 한다. 굉장히 긍정적인 추측도 봤는데, 똑똑한 아이들의 경우에도 말 더듬는 증상이 생길 수가 있는게 생각은 이미 저 앞으로 가서 많은 걸 떠올리고 있는데 말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다 보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나중에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즉, 아직 어린 아이기 때문에 발달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증상을 전혀 겪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이 더 많기는 하다. 그래도 비정상은 아니라고 하니 한시름 놓긴 했다.
지나친 외국어 조기교육이 말 더듬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주목했던 말더듬는 증상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한 가지 인상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건 바로 아이가 한번에 너무 많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경우에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묘하게도 우리 아이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 시점이 내가 아이에게 영어 육아를 한답시고 여러 가지 영어단어를 아이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물론, 내가 영어에 환장한 사람처럼 애를 앉혀놓고 공부처럼 가르치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가 그런 엄마였다면 세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애랑 집에서 뒹굴거리며 가정보육을 할 리가 없다. 다만, 우연히 얻은 영유아 영어 도서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며 가르쳐주는 걸 곧잘 따라하길래 신나게 영어를 노출해 주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아이가 말 더듬는 증상이 생긴 것 같다. 한 일주일 사이로 여러 동물과 파충류, 색깔 등의 명사를 영어로 가르쳐 주었고, 아이도 즐거워하면서 나를 따라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기가 그 시기에 배운 영어단어가 그 동안 본인이 살아온 인생 경험으로 봤을 때 짧은 시기에 엄청난 양의 새로운 단어가 뇌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혼란이 와서 말을 더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3~5세 시기에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혼란이 와서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다룬 기사가 꽤 있었다. 예전에 어떤 소아정신과 의사의 강연에서 본 내용도 문득 생각난다. 너무 어린 아이에게 영어를 과하게 노출하여 한국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가 상담을 왔길래 해결책으로 영어 미디어를 끊게 했더니 금세 한국말이 늘었다는 에피소드였다. 솔직히 내가 지난 몇 주간 아이에게 가르쳐 준 영어와 들려준 영어 노래 같은 것들이 아이에게 혼란을 줄만큼 과도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고 일시적이고 짧은 자극이긴 했다. 하지만, 우연인지는 몰라도 일단 아이가 말 더듬는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고, 또 내 기준에서는 미약한 영어 노출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굉장히 갑작스럽게 거대한 자극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이 일이 있고 나서 영어육아에 대한 과도한 의욕은 일단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영어를 아예 없던 일로 할 생각까지는 없다. 그저, 내가 짧은 시간에 너무 아이에게 과하게 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보다 좀 더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하나씩 하나씩 아이에게 꺼내주기로 마음을 느긋하게 고쳐먹기로 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노래로 부르는 영어 동요부터 하나씩 가르쳐주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말이다.
말 더듬는 증상에 대해 아이에게 지적하거나 부담주지 않기
아이 말더듬이 증상에 대해 검색을 해 본 결과 모두가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아이에게 말 더듬는 것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응은 말 더듬는 것을 그냥 모른 척하고 무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다소 의외의 접근법일 수는 있다. 뭔가 부모가 방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적을 하면 할수록 아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 부담과 압박을 느끼고 나중에는 그것을 의식하다 보면 언어발달에 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가 말을 더듬거나 하는 경우 아는 척하지 말고, 그렇다고 천천히 말해보라고 시키지도 말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이를 대하되, 아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도 아이를 느긋하게 대하고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이걸 모르고 처음에는 아이에게 했던 말을 고쳐주고, 반복해서 발음하게 막 시키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말을 더듬어도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처음처럼 막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 한 2주 정도 되었는데, 이런 증상이 몇 개월간 지속되다가 사라진다고 하니, 3개월 정도까지는 그냥 기다리면서 지켜봐 주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나도 경험했기 때문에, 그래도 예전보다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엄마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이런 말 더듬는 증상이 지나고 나면 아이의 언어가 엄청 크게 발달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그렇게 발달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 믿으며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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