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월 아기 영어 시작 1편
아기를 키우면서 남편과 나는 주로 유튜브를 통해 영유아 시기의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몇몇 영상을 시청했다. 그런데 우리가 본 한 전문가의 영상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이 지연될 수 있으니 영유아 시기에 영어를 가르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보고 우리 아이의 영어 교육에 대한 마음은 아주 편안하게 비워둔 채 지난 28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에 영유아 영어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게 된 계기가 있어서 요즘 아주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가르쳐 주고, 문장도 외워서 이야기 해주고, 또 관련 도서와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우리 아기의 개월 수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확신은 없다. 다만,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느끼는 것들도 있고 내 생각과 비슷한 여러 후기들도 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에 느꼈던 것들에 대해 기록을 남겨 보려 한다.
영유아 시기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한다는 것
그 동안 우리 아기는 아직 그야말로 아기이니깐 영어에 대해서는 이 시기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하고 아주 편안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영유아를 위한 영어책 몇 권을 조카로부터 물려받게 되어 아이와 함께 본 후 현재는 영유아 시기의 영어 노출을 적극적으로 해줘야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좀 많이 바뀐 상태이다.
단어부터 시작하여 영어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아기
생각이 바뀌게 된 발단이 되었던 영어책은 <My very first book>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그저 단어 몇 개 정도 들어있는 영어책이지만 그림과 단어를 매칭하며 아이가 재미있게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사실 크게 별 거 없는 아주 단순한 책이다. 그런데 이 단순해 보이는 책을 아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단어를 제대로 가르쳐주고 단어와 그림을 매칭하게 하면서 아기와 함께 책을 봤는데, 그 후로 계속 이 책을 하루에 몇 번씩 아기 혼자서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히 그냥 그림만 넘겨 보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르쳐준 단어를 혼잣말로 반복하고 되뇌이고 중얼거리면서 본다. 물론 단어를 틀릴 때도 있고 그림을 틀리게 매칭할 때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확하냐 아니냐 보다는 그렇게 책을 볼 때만 가르쳐 준 영어단어들을 짧은 시간에 꽤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이 되어서 다른 단어들도 영어로 가르쳐주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몇 번 가르쳐 준 것을 굉장히 잘 따라하고 잘 외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가르쳐 주는 영어단어와 영어책에 대해서 아기 본인이 크게 싫어하는 느낌이 없고 오히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조금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이를 계기로 해서 영유아 시기에 아기들이 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접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보도 같이 검색해 보게 되었다.
이미 영어를 시작하고 있었던 다른 아기들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 또래의 아기들 중에 이미 영어를 시작한 아기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이다. 영어 유치원이라는 단어가 미혼이었던 시절에도 내 귀에까지 들어왔던 걸 보면, 영어에 대한 부모들의 열정이 실제로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돌 무렵부터 아기에게 영어 노출을 해준 엄마들도 있고, 아예 태교부터 영어로 했던 엄마들도 있었다. 물론 우리 아기보다 더 먼저 태어난 아기들 중에 영어를 아직까지도 아예 시작도 안 한 아기들도 많이 있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 보기로 결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영어를 시작한 아기들의 후기를 보니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영어를 지금 가르쳐봐도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
보통 태어난지 36개월까지의 아기들의 뇌를 마치 스펀지와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를 한다. 무슨 말이냐면, 그만큼 뭔가 조금만 가르치고, 보여주고, 자극을 주기만 해도 금방 배우고 기억하고 흡수하여 습득할 수 있는 시기가 이 36개월까지의 시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만 하더라도 예전에 한 번 잠깐 했던 것들, 잠깐 있었던 일도 몇 개월 지나서 그 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이야기할 때가 굉장히 많고, 책도 몇 번 읽어주고 나면 책 내용을 다 외운다. 책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책 표지도 외우고 글자도 외운다. 책 제목을 말해주면서 가져오라고 하면 딱 그 책을 가져온다. 그림을 보지 않고도 꽂혀있는 책들의 글자만 보고 책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아이만 특별하게 잘해서 나타나는 건 아니고, 저번에 온라인 영유아 교육 때 들어보니깐 아이들이 글자를 글자가 아닌 그림처럼 모양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서 글자를 그림처럼 인식하고 그 문장을 통째로 그림처럼 기억해서 외우는 것이라고 했다.
영어를 잠깐 가르쳐 보고, 영어 CD나 음원을 들려줘 봤는데 아이의 반응이 괜찮았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도 했지만, 흡수가 상당히 빠른 것 같았다. 성인처럼 영어단어를 외운다는 스트레스 같은 것이 없어 보였고, 발음도 들리는대로 상당히 잘 따라했다. 예를 들자면, 루돌프(Rudolph)의 영어식 발음은 f 발음으로 끝난다. 나는 그걸 가르쳐 준 적이 없고 그냥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원어민 발음만 들려주었을 뿐인데 몇 번 듣더니 루돌프의 '프'를 f 발음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발음기호 없이 들었다면 f 발음을 못 알아차렸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식으로 짧게 가르쳐 본 영어 단어 같은 것에 성취가 나름 있어서 이 시기에 영어를 가르쳐야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끼리도 분분한 의견들
영유아에게 영어를 언제부터 제대로 알려 주는 것이 좋은지 그 시기에 대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보았다. 유뷰브 영상을 많이 참고하였는데, 대체적으로 기왕이면 아이가 어린 시기에 영어 노출을 시작하고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영어를 잘할 확률이 더 높기는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아이들마다 케이스가 워낙 다르고 변수가 많아서 영유아 시기 영어 노출에 대한 연구 결과 또한 상반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전문가들마다 의견도 달라서 영어 노출 시기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적절하다고 하는 아이들의 나이가 3세, 4세, 5세, 7세 등으로 다 달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실제로 영어를 영유아기 때부터 가르쳐 본 엄마들의 후기를 살펴보았다. 영유아기 때 영어를 가르친 엄마들의 잘못된 예시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말을 배울 때부터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배운 아이들 중에서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엄마가 영어를 매우 잘해서 아이에게 한국말보다 영어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었던 모양인데, 그 결과로 영어로 하는 공부나 대화에는 아주 적극적인 반면, 한글 퀴즈나 한글 학습은 좀처럼 진척이 없고 아이들이 아예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였다. 엄마가 한국말로 물어봐도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할 정도여서 엄마들이 역으로 걱정을 하는, 그런 영상을 봤었다. 그 밖에 너무 어릴 때 영어부터 계속 가르쳐서 한국말이 트여야 할 시기가 지났는데 아직 트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이 내가 보았던 부작용의 예시이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위의 부작용은 걱정할 것이 없는 게, 아이가 혼란을 느낄만큼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단어 정도나 집어줄 수 있지 일상 대화를 전부 영어로 할 정도의 수준이 못 되는 것이다. 발음도 한국식 영어 발음이고 말이다. 아이가 영어를 편하게 느낄만큼 해 줄 영어가 내 머릿속에는 없다. 다만, 위의 부작용들의 원인을 생각해 보자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가 언제였든 약간 주입식으로 영어를 익히게 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저런 부작용이 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영어가 가장 최선인 듯
아기 영어에 대한 관심이 커져감에 따라 결국 도서관에서 아기 영어 교육과 관련된 책까지 빌려서 읽고 있는 중이다. '보통 엄마를 위한 기적의 영어육아'라는 책을 우선 보고 있는데, 저자인 이성원 작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 부모임에도 자녀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게 만드신 분이시라고 한다.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데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 있어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분 역시 0~36개월까지의 시기가 언어 습득에 있어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하신다. 그리고 아이에게 애써 영어를 가르치려 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과 언어 노출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굉장히 희망적이었던 부분은, 엄마의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의 영어 발달에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유아기 아이에게 영어 노출을 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그저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부모를 통해 편안하게 영어를 접하게 하고, 지속적인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해도 어린 아기들에게는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요즘 아이에게 영어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절대 단기간에 어떤 큰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언어발달이라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영어 노출을 잠깐 시켜주고 어떤 큰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단다. 뭐든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보려는 우리의 습성을 버리고, 이제 29개월인 아이가 최소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가르쳐 주는 것으로 나도 방향을 잡았다.
우리 아이가 한국말을 처음 익히고 단어를 배우던 과정을 생각하며 그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기가 말이 트이던 그 시기에는 특별히 말을 가르쳐 준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고, 그냥 아이가 알아듣겠거니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고, 책도 읽어주고, 동요도 불러주고 했었다. 내 생각에는 영어도 그렇게 하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영어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걸까. 그렇게 영어가 쉽게 됐다면 오늘날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영어, 영어 이야기만 해대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뭐 어찌되었건 간에,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영어육아에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을 더하여 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내가 우리 아기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이유
내가 언젠가는 엄청난 계기로 인해 아이에게 물려줄 재산이 어마어마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는 자기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 자립하여 살아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인 내가 현재 해 줄 수 있는 것은 뭐 하나라도 더 가르쳐서 아이가 가진 스킬이 하나라도 더 있게 하는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공부와 관련없는 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남들을 따라갈 정도의 교육 정도는 시켜 놓아야 본인이 뭘 하든 선택의 여지가 하나라도 더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가 바로 그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어 하나 잘한다고 인생이 뭐 크게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게 어느 정도 듣고 말하는 것이 자유롭게 된다면, 아이가 살면서 겪게 될 여러 선택에서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경우가 반드시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 29개월인 우리 아기에게 이제부터라도 영어를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한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아이가 재미있고 편안하게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예정이다. 아이가 '내가 지금 한국말 배우고 있어'라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듯이, 영어 또한 그렇게 스며들게 해주고 싶다. 내가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일상에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은 한국어에 비하면 택도 없이 부족할 것이다. 영어 유치원을 보낼 처지도 아니고 해서, 아마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듯 하다. 좀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할 게 많아질 아이가 영어 고민 하나라도 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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