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트니트니 수업 적응 못한 아기 후기
오늘은 문화센터 수업 중 제일 핫하고 항상 인기가 넘치는 트니트니 수업에 대한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우리 아기는 돌이 지나고 17개월에서 19개월 무렵의 가을학기 수업을 수강하였고, 겨울학기는 좀 쉬다가 25개월에서 28개월이 되었던 올해 여름학기 수업을 또 들었다가 2회 남겨두고 환불을 받았다. 그렇게 인기가 많고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트니트니 수업에 우리 아이는 왜 적응을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기록해 본다.
아이의 기질에 따른 문화센터수업 적응
우리 아기와 문화센터를 다닌지도 1년이 되었다. 우리 아기는 28개월인 현재까지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가정보육 중이며, 유일하게 외부의 공식적이면서도 정기적인 활동이 문화센터 수업이다. 1주일에 3회 정도의 수업을 듣고, 수업은 다 다른 수업이다. 수업 내내 앉아서 듣는 글렌도만 영재교실, 음악과 통합놀이를 함께하는 벨라뮤직, 그리고 트니트니 이렇게 3개의 수업을 이번 여름학기에 들었다. 아이를 1년 동안 문화센터에 데리고 다니면서 집에서는 미처 몰랐던 우리 아이의 기질에 대해서도 대략 파악해 볼 수 있었고, 그 결과 우리 아이는 트니트니와는 맞지 않는 아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신체활동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 아이
트니트니 수업의 구성은 처음에 출석체크 및 인사와 체조, 앞구르기, 여기까지는 매 수업마다 반복되고, 그 후에는 그 날의 주제에 따른 활동을 한다. 우리 아기는 매 수업 반복되는 앞구르기까지만 좋아하고 그 후에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이번에 최종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것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그저 아이가 수줍어하고 소심해서 소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두 돌이 지난 이번 여름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보니깐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이 트니트니 수업 방식 자체를 재미없게 여기는 것 같았다. 얼마 전 가을학기 등록을 앞두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나 : "트니트니 재미있어, 재미없어?"
아이 : "재미없어.."
나 : "트니트니 선생님은 좋아, 싫어?"
아이 : "선생님은 좋아해"
나 : "앞구르기 좋아해, 싫어해?"
아이 : "앞구르기 좋아해"
나 : "트니트니는 재미있어, 재미없어?"
아이 : "트니트니는 재미없어"
이렇게 대화를 마친 후, 우리 아이는 트니트니 선생님은 좋아하지만 수업은 재미없어 한다는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리게 된 것이다.
왜 트니트니를 재미없어하는지 나름대로 혼자 생각해 본 후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다. 다른 문화센터 수업의 경우, 수업시간에 동화라든가 아니면 생활 속 어떤 이야기라든가 해서 수업의 중간 중간 아이가 참여하며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수업이다. 그런데 트니트니의 경우, 이 수업이 신체활동 위주의 수업이다 보니 대부분이 뭔가 미션 클리어 방식의 수업인데 우리 아이가 이런 방식의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예를 들자면, 그 날의 주제가 '곤충'이라고 한다면 곤충과 관련된 여러 가지 교구들이 교실 앞에 있으면 매트와 여러가지 장애물들을 기어가든 올라가든 건너서 교실 앞에 놓인 교구를 가지고 또 되돌아와 통에 넣고 뭐 이런 방식의 수업이 주된 수업의 형태이다. 이런 방식의 수업을 통해 신체활동도 되고, 또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규칙을 익히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동화처럼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끄럼틀처럼 다이나믹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의 기질에 맞는 수업 찾기
아이에게는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의 말에 따르면 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더딘 기질, 이렇게 3가지 기질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까다로운 기질 한 스푼에 더딘 기질 몇 스푼 이렇게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딘 기질이라는 것은 영어로 'slow to warm up'이라고 하는데, 어딘가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이 길고 오래 걸린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너무 확 와닿았던 것이 있다. 우리 아이가 듣고 있는 문화센터수업의 선생님 중 한 분이 우리 아이에 대해 '굉장히 오래 관찰하고 난 후에 행동하는 아이'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는데, 이러한 기질에 대한 것을 알고 나서야 그 선생님이 해 주셨던 말씀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우리 아이의 경우, 트니트니를 제외한 나머지 두 수업을 지금 엄청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실제로 그 수업에 적극 참여를 해서 선생님이 하자는대로 따라하고 앞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러한 아이의 특성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파악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1년이 지난 이제서야 그간 순간순간 봐왔던 아이의 모습들이 퍼즐로 맞춰지는 느낌이다.
남자 어른을 무서워하는 아기
이러한 특성이 오은영 박사가 설명한 아기의 기질 중에 들어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아기는 남자 어른을 무서워한다. 외삼촌, 작은 아빠, 고모부, 이모부 같은 사람들도 무서워하는데, 이런 아이에게 트니트니 선생님은 엄청 불편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처음 트니트니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 선생님을 보고 울고 불고 하며 난리를 쳤는데, 그게 매 수업마다 반복되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중간쯤 되고 나면 선생님에게 적응도 하곤 했지만, 그 다음 주 수업에 들어가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되는 식이었다. 나는 이거를 고쳐주려면 적응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더 적극적으로 트니트니 수업에 임했다. 게다가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맞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 것도 있다. 수업 중간쯤부터 되면 선생님을 따라다니고 수업 끝날 때쯤 도장 찍을 때가 되면 선생님에게 딱 붙어있고, 또 집에 와서 선생님이 좋냐고 물어보면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선생님을 보고 웃기는 하지만 선생님과 앞구르기 하거나 할 때쯤이면 눈을 감기 시작했다. 눈은 웃고는 있는데 눈을 감고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게 부끄러워하는 건지 무서워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개월 수가 지나면서 같은 선생님에 대한 아이의 반응도 계속 바뀌니깐 너무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트니트니 수업은 그만 듣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자주 보는 고모부와 이모부의 경우 이제는 아이가 이 분들을 엄청 좋아하지만 이렇게 좋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모부와 이모부가 나름 엄청 애쓰셨던 과정들을 생각하면, 저 위에 언급했던 slow to warm up은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트니트니 선생님과도 고모부, 이모부급으로 거부감 없이 지내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이가 재미를 못 느끼는 수업 방식을 통해서 선생님과 친해져봤자 우리 아이에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나 싶어서 수업을 그만듣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이를 늘 관찰해보기
비록 우리 아이는 트니트니 적응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각자 본인 아이 기질에 맞추어 수업을 들으면 될 것 같다. 우리 아이와 함께 트니트니와 다른 수업 하나를 더 같이 듣는 또래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엄청 많이 움직이고 적극적인데 트니트니 수업에는 선생님과도 엄청 친하고 수업 활동에도 굉장히 잘 적응했다. 반면, 같이 듣는 다른 수업 중에 동화를 듣는 정적인 시간이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건 또 그렇게 잘하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아이는 그 시간을 엄청 재미있어 하는데 그 아이는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여기 저기 혼자 돌아다니며 동화를 앉아서 듣는 그 시간을 지루해 하는것 같았다. 그 또한 그 아이의 기질일 것이고, 그 아이의 경우에는 트니트니 수업이 더 맞는 수업인 것이다.
문화센터수업을 듣는 것은 아이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어서 아이를 발달시키고,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어렵고 힘든 과정도 아이가 겪기는 해야겠지만, 아직 적응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본인의 감정에 너무 무리가 되는 수업을 억지로 떠먹이듯 듣게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 그렇게 권장할만한 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아이는 트니트니 수업에는 적응을 못한 것을 받아들이되, 너무 아쉬워하지 않고 새롭게 배울만한 다른 분야의 수업을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함께 들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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