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느껴지는 28개월 아기 가정보육의 한계와 대책
우리 아기가 현재 28개월이 되었는데, 27개월 중반때쯤부터 시작하여 가정보육의 한계를 슬슬 느끼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그 전까지는 내가 집에서 놀아주거나 집앞 가까운 곳을 산책하거나 했을 때 매일 나와 둘이서 반복되는 걸 해도 아이가 충분히 재미있어 했는데, 27개월을 넘어서고서부터는 집에서 놀아주면 심심하다고 표현을 하고, 또 매일 하던 똑같은 것들을 했을 때 이제 슬슬 재미없다는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가정보육에 대한 계획이 필요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있을까 싶어 '28개월 가정보육'으로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해보았다. 가정보육을 하는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같은 것도 있어서 거기에 가입하여 글도 열심히 보면서 다른 엄마들은 우리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어떻게 가정보육을 하는지를 쭉 읽어보았다. 여러 엄마들의 후기를 보면서, 지금까지는 계획 없이 내키는대로 아이와 즐겁게 놀았다면, 이제부터는 약간의 계획도 짜고 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도록 엄마인 내가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뇌발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정보육 중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뇌가 스펀지처럼 들어오는 자극을 그대로 흡수하고 기억한다는 말을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키워보니깐 그런 것 같은 게, 책 제목이나 내용도 한 번 가르쳐주면 그대로 기억하고 외울 때가 정말 많다. 이게 우리 아이만 특별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우리 아이와 동갑내기인 사촌 조카도 잠시 놀아줄 때 보니깐 우리 아이처럼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책 표지 그림만 보고도 책 제목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 전문가들 말대로 이 시기에 애들은 정말 가르치는 족족 다 기억하고 익히고 배우는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우리 아기가 몇 번 들은 노래 가사를 다 기억하고(나는 같이 듣고 있어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한 번 가르쳐준 말도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이 써먹고 하는 걸 보면 이 시기의 뇌발달은 정말 놀라울 정도인 것 같다.
특히, 만 36개월까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아기는 벌써 28개월이니깐 8개월 정도가 남은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중간 중간 몇 번씩 남편과 함께 되새기곤 했는데, 막상 애를 키우면 힘들어서 잊어버리고 또 대충 시간 보내고 이렇게 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8개월 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직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힘을 내서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
일단은 문화센터의 도움을 받기로
어린이집에 가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친구들하고 함께 놀고 이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 아이는 가정보육을 하기로 부모인 내가 결론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린이집을 대신해서 문화센터 수업을 좀 더 다양하게 듣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총 3개의 문화센터 수업을 들었다. 앉아서 공부하는 수업과 음악과 촉감놀이 수업, 그리고 신체활동 수업까지 이렇게 3개의 수업을 아이와 함께 들었다. 일주일에 수업 듣는 시간이 다 합쳐서 120분, 즉 2시간 정도의 시간 밖에 되진 않지만 돌이켜 보면 이렇게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 아이는 내가 가르쳐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부를 수 있는 노래도 혼자 키울 때보다 더 많아지고, 재미있는 율동이나 수 세기 등등 그래도 조금씩은 다 배울 수 있었던 게 문화센터 수업 덕분이었다.
다만 문화센터 수업을 시작하여 꾸준히 다닌지 1년이 넘었으니깐, 이제는 수업의 종류를 좀 바꿔 볼 필요는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이 시기에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같은 것만 계속 반복시켜 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하나씩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은 롯데마트 문화센터 수업만 꾸준히 들었는데, 좀 더 찾아보니 홈플러스 같은 곳에서는 롯데마트에는 없는 종류의 수업도 있고, 다른 마트나 백화점 문화센터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수업 중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계속 수업을 듣고, 그 외에 아이가 재미없어하는 것은 수업을 바꾸어 다른 종류의 수업으로 들어보게 할 계획이다. 나보다는 다들 전문가들이신 분들이 만들어서 하시는 게 문화센터 수업일테니깐 좀 더 다양하게 시도하여 아이에게 새로운 걸 배우게 해 줄 계획이다. 예를 들면 미술 쪽이라든가 요리쪽 수업 같은 것도 시도해 보고, 엄마와 함께하는 발레 수업도 있던데 그것도 한 번 고려해 볼 예정이다.
새로운 장소도 다녀보기
내가 운전을 할 수 없다 보니 그동안은 진짜 집 가까운 곳만 유모차를 끌고 다녔는데, 이제는 아이가 유모차에 오래 타도 울지 않으니깐 지하철을 타고 좀 더 먼 곳으로 이동을 해 볼 계획이다. 매일 다니던 마트, 매일 다니던 스타벅스, 매일 다니던 도서관 말고도 새롭게 아이와 즐길 수 있을만한 곳을 물색해 보고 있다. 가정보육 하는 엄마들은 각종 박물관, 센터, 놀이터 등 다양하게 다니고 있던데,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다니던 곳만 다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에게 조금 미안했다.
다만, 검색을 해 볼 수록 느끼는 것이 모든 장소가 수도권 중심이라는 점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도 수도권에 살고 있긴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사는 것은 아니라, 수도권 중심지에 비해 같은 수도권이라도 갈 수 있는 곳들이 차이가 확 난다. 나도 이 정도로 아쉬움이나 좌절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 지방에서 가정보육하는 엄마들은 진짜 더 많이 알아보고 더 힘내서 다녀야 할 것 같다. 이래서 다들 어떻게든 서울에 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일단은 집 주변 가까운 장소들 중에서 도전해볼만한 곳들을 좀 더 검색해서 다녀 볼 작정이다. 지하철 타고 가볼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더 가봐야겠다.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니 아이 데리고 다니기 좋은 날씨이고, 또 그 날씨가 지나면 추운 겨울이 와서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가을이 나와 우리 아이에게는 정말 중요할 것 같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만 36개월이 거의 끝나기 때문에 이번 가을을 알차게 잘 보내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이렇게 아이를 신경써서 키우는 목적이 무엇일까
이렇게 아이의 뇌발달을 체크하면서 가정보육을 하고, 지하철 타고 유모차 끌고 여기저기 다니고, 맨날 인터넷 검색으로 육아정보를 찾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은 뭔가 마음으로 허망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들을 보면, 우리 아빠 엄마가 내가 만 36개월 때 어떻게 키워주셨는지를 열심히 떠올리며 막 그렇게 감사해하고 그러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찾아보고 노력하고 이런 것들을 나중에 아이가 커서 알아줄 수 있을까? 부모인 우리 생각을 해 주기 보다는 자기 혼자 컸다고 생각하고 자기 인생, 자기 가정을 더 열심히 궁리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가 독립하여 세상을 살아갈 때 이리 저리 흔들리지 않고 똑부러지고 야무지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독립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을 다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 이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책임감으로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게 부모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이 시기에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줌으로써, 나중에 우리 아이가 늙은 부모인 우리에게도 계속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한줄기 기대도 솔직히 한다. 자식 덕 보거나 자식에게 의지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식이니깐 늙어서도 자식에게 한 줄기 관심은 솔직히 받고 싶다. 많은 걸 바라진 않고, 지금 내가 우리 부모님께 가지는 마음 정도만 우리 아이가 내게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 엄마가 우리들을 키운 것처럼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면 우리 아이도 그 정도의 사랑은 가진 아이가 될 거라 믿는다.
그 놈의 만 36개월, 36개월 하는데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좀 더 노력하고 신경써서 애 키운다고 내가 뭐 그렇게 더 많이 힘들고 할 것도 없다. 물론, 자식은 키우면 키울수록 더 힘들다고 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가 더 편했다는 말들을 많은 부모들이 하는 걸 보면, 이 굴레가 과연 언제 끝날지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원했던 아이인만큼 힘을 더 내서 키워보려 한다.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 더 힘을 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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