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사회성 발달 고민 및 후기
우리 아기는 어느덧 28개월이 되었고, 현재까지는 가정보육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내 계획은 36개월 가까운 시기가 되면 그 때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으로 현재까지는 정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어린이집에 대해 확신보다는 혼란한 마음이 더 크다. 이번에 우리 아기를 포함하여 또래 아이들을 몇 명 비슷한 시기에 각자 만나보면서 뭔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없고 각자 다 달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과 사회성 발달은 정말 상관이 있을까?
최근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두 명,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가정보육 중인 아이 두 명(우리 아기 포함)을 만나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발달 사항이나 차이점 같은 것을 내 나름대로 살펴 보았다. 아기들 나이도 비슷하다. 우리 아기보다 4개월 빠른 아기, 2개월 빠른 아기, 4개월 느린 아기, 그리고 모두 여자 아이여서 정말 다양한 발달 사항에 대해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과 언어 발달 현황
가정보육 중인 우리 아기와, 그리고 우리 아기처럼 가정보육 중이지만 우리 아기보다 4개월 먼저 태어난 아기의 언어 발달을 비교해 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 아기는 가정보육 중이긴 해도 문화센터를 1년 넘게 계속 다녔고, 다른 아기는 그런 곳에 전혀 가보지 않아서 또래를 접할 일이 많지 않았던 아기였다. 둘이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 아기가 훨씬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대화도 어느 정도 통하길래, '문화센터나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다녀야 확실히 말이 빠르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 아기보다 태어난지 4개월 정도는 늦지만 어린이집을 돌 지나고부터 꾸준히 다니던 아기를 최근에 만났는데, 언어가 아직 확 뚫리진 않은 걸 보고 꼭 기관에 다니는 것과 언어가 상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그 아기도 아직 말이 뚫리진 않았을 뿐이지 어른이 말하고 타이르는 걸 다 알아듣고 적절한 리액션도 제대로 다 하긴 했다. 그저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입에서만 맴돌고 확 뚫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에 이런 아이들은 조금만 지나면 입이 확 풀려서 줄줄 말할 것 같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만, 우리 아기가 그 아기의 개월 수 무렵이었던 23~24개월쯤 언어발달 사항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니, 그 아기보다 말이 훨씬 빨랐다. 두 단어를 연결해서 말도 하고, 의사 표현도 적당히 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말을 꼭 빨리하는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실 아이한테 큰 문제가 있지 않고 언젠가는 제대로 말을 할 줄만 안다면 말이 빠르고 느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또래와의 관계와 어린이집의 연관성
엄마들이 아기들한테 사회성, 사회성 하는데, 이 사회성이란 게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른이 하는 말에 호응을 잘 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래 아이들과 재미있게 잘 노는 것이 사회성인지, 아니면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혼자서도 적응을 잘 하는 게 사회성인지 내 스스로 파악이 잘 안 된다. 최근에 어린이집을 돌 이후 꾸준히 다녀온 아기들과 가정보육을 두 돌 넘게 한 아기들을 만나면서 아기들끼리 비교해 보았을 때, 사회성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이벤트에 대한 반응이 다들 천차만별 차이가 나서 더더욱 모르겠다.
우리 아기의 첫 친구가 우리 아기처럼 가정보육을 한 아기였는데, 이제 친구의 개념과 느낌 같은 것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 집에 혼자 있을 때 우리 아기 이름을 말하며 보고 싶다고 말을 하고, 또 우리 아기를 만나면 너무 기분이 좋아지고 반응도 더 커지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른의 개입 없이 둘이 잘 노느냐면 또 그렇진 않다. 놀이터에 함께 가도 각자 다른 곳으로 가서 한 명은 미끄럼틀을 타면, 한 명은 그네를 탄다. 가끔 상대방을 따라가려고 하기는 해도 조금 있다가는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어른이 가운데서 '이렇게 해야지', 'OO이랑 같이 해보자'라고 말을 한 번씩 해 줘야 뭔가 모이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장난감을 양보하는 일을 보기는 쉽지가 않았다. 양보를 하긴 하지만, 절대 양보를 못 하는 경우도 보였다. 이후에는 한 명의 울음으로 사태가 끝난다.
그럼,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와 놀 때는 뭔가 다른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이집 다니는 애라고 해서 양보를 한다거나 성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하는 건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몇 개월 차이가 안나서 똑같이 아기들이니깐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어린이집 안 보내는 사람으로서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은 또래와 많을 걸 할 기회가 충분하니깐 뭔가 달라도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은 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놀이를 할 때 어른이 한 명씩 끼어서 중재를 해줘야 하고, 최후에는 또 장난감 같은 것이 양보가 안되어 싸움이 나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렇다면 아기 개월 수에 따라서 또 다르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아기에게 어설프게나마 장난감을 양보도 하고 먼저 같이 놀자고 다가오고 하는 아이는 그 동안 우리 아기 친구 중에서 제일 개월 수가 느린, 우리 아기보다도 4개월이나 늦게 태어난 아기가 제일 놀이를 리드하는 느낌이었다. 말은 비록 느려도 말이다. 어린이집에 오래 다니고 더 빨리 태어났고, 말을 월등히 잘한다고 해도, 그런 아이가 꼭 먼저 같이 놀자고 손을 내밀거나 또래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하는 모습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다른 발달사항
내가 보기에는 어린이집을 다니느냐의 여부보다는 원래 타고난 아이의 성향과 기질,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이 사회성이라는 것들의 발달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부모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본인의 타고난 성향이 더 크게 사회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자극도 아이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달라진다
우리 아기가 오랜 기간 듣고 있는 문화센터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께서 우리 아기를 초반에 몇 주 보시고는 우리 아기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관찰을 오랜 기간 하고 나서야 참여하는 타입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 때는, 벌써 지금보다 한 6개월도 더 이전의 일이니깐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 아기가 듣는 문화센터 수업에서 매번 반복해서 나오는 특정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집에서는 틀어주면 엄청 잘 따라부르지만, 문화센터 수업시간에 그 노래가 나올 때 같이 따라부르는데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매 수업시작마다 하는 율동이 있는데, 다른 애들이 그 율동을 방방 뛰면서 따라하는 동안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우리 아기가 그 율동에 함께 동참하며 방방 뛰어다니는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 아기는 어딘가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느린 아이인 것 같다. 문화센터 선생님이 굳이 나에게 뛰어와서 우리 아기가 너무 말도 잘하고 똑똑한 것 같다고 다른 아기에게는 하지 않는 칭찬을 해주시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 아이는 어딘가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아이인 것이다. 이 얘기는, 아마도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그 곳에 적응하는데도 이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곧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가서 적응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좀 있는 상태이다.
같은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도 아이마다 다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야경증 증상 같은 것이 별로 없이 통잠을 자는 아기인데, 이번에 딱 이틀 야경증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 적당한 증상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증상이었는데, 밤 11시 이후부터 새벽 5시 정도까지 10회도 넘게 신경질적으로 울면서 깨어나서 꿈에서 본 것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다 일어나서 '미역국 주세요' 라고 한다던가, '왜 뺏어가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곱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엄청 신경질적인 듣기 싫은 울음소리로 이야기하고, 이게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본인도 쉽게 잠을 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로 밤새 보챘었다.
이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하루는 동물원에 가서 집 1층 천장 높이보다도 더 높은 모형 고릴라를 보며 무서워했던 일이 있었고, 나머지 하루는 2개월 차이나는 친구와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갔는데 그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었으나 그 아이가 빌려주려 하지 않아 엉엉 울면서 다투었던 일이 있었던 날이었다. 평소에도 무서워하거나 투정 부리거나 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 이틀간은 일이 이어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낯선 곳에서 있었던 일이라 더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인지, 이틀 내내 야경증 증세를 보였다.
신기한 것이 이 이틀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부터는 그 증상이 싹 없어졌다. 이대로 새벽에 울면서 깨고 난동 부리는 일이 이어질까봐 두려움이 컸는데 그 증상이 싹 없어진 것에 안도감이 크긴 하지만, 동시에 우리 아이가 이런 자극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뜻할 수 있는 것이, 동물원 모형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장난감 같은 걸로 또래 아이들과 마찰이 있거나 했을 때, 그에 대해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그 스트레스 정도를 훨씬 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는 좀 더 성장해 있어서 반응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또래 친구들과의 다툼이 야경증 증상으로 올 정도로 그 스트레스가 크다면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의 반응이, 진작 어린이집에 보내서 또래 아이들과 이렇게 싸우고 스트레스 받을 일을 익숙해지도록 겪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스트레스 반응이 덜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이집을 더 일찍 보냈어야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아이의 기질에 따른 어린이집 적응 정도
그래도 이번에 짧은 기간 동안 몇 명 안 되는 친구들과 우리 아기를 놀게 하고 그걸 지켜보면서, 나의 경우에는 우리 아기를 아직까지는 어린이집을 안 보내길 잘했다고 현재로는 생각하고 있다.
우리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적절하게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까지 내가 장담하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니깐 아직까지는 애들끼리 서로 힘조절이 안 되어서 밀리는 모습이 있고, 또 자기들끼리 언어 발달 정도가 달라서 서로 대화도 안 통하다 보니 다툼이나 감정적인 싸움 같은 것도 보였다. 그런데 그런 순간을 못 보고 놓치면 그 때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무슨 일 때문에 화가 나고 했는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아이 입장에선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낯선 여행 장소에서 장난감으로 다툰 일로 야경증 증상까지 이어질 정도의 소심한 성격의 아이라면, 그것을 본인이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될 때까지는 어린이집에서 다같이 지내는 것보다는 옆에서 부모가 케어해 주는 것이 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생각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더 망치는 생각인지 아닌지, 전문가적 시선에서 봤을 때 어떤 선택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난 주 문화센터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자면, 그 날 수업 시간에 공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게 있었는데, 어떤 심하게 나대는 여자아이가 팔을 막 휘두르고 하다가 우리 아이의 머리를 몇 번 치는 일이 있었다. 그 아이 엄마는 다른 쪽에 있어서 그걸 못 봤고, 문화센터 선생님도 못 봤고, 나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우리 아이는 그 아이 때문에 화가 나서 공놀이를 하지 않고 공을 잡지도 않고 뾰루퉁하게 있으면서 선생님이 같이 하자고 권해도 팔을 뿌리치고 있었다. 내가 그 장면을 봤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애가 아까 이런 저런 일로 화가 나서 이러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이 되셨는데, 만일 나마저 그 순간을 못 봤다면 우리 아이의 행동은 이유없이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상했는지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아기가 아무리 말을 또래보다 잘해도 아직은 28개월이기 때문에 '내가 쟤한테 머리를 몇 대 맞고 기분이 안 좋아서 공놀이를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차분히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물론, 그런 일을 겪어도 개의치 않고 신나게 놀 수 있는 무난한 성격의 아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타고 나기를 엄마인 나를 닮아 소심하고 오래 관찰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타고난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성격을 감안하고 그래도 여러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클 때까지는 데리고 있는 것이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데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36개월쯤 지난다고 해서 애가 성격이 갑자기 확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자라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우리 아이도 내 성격을 닮았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아이가 만 36개월이 지나 어린이집을 다니고 더 커서 유치원을 다녀도 단체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계속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날 무슨 일이 있어서 속상했는지를 지금보다는 좀 더 분명하게 말로 설명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게 설명이 되면 엄마인 내가 그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받아들이면 좀 더 마음이 편할지를 가르쳐주면 적응을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또래 친구들과 이렇게 저렇게 마찰이 있어도 별로 울지도 않고 적응도 잘하고 선생님한테도 겁내지 않고 잘 다가가는(우리 아기는 남자 선생님도 무서워함) 성격을 가진 아기들이 제일 부럽다. 우리 아기도 그런 아이로 태어났으면 좋았겠지만, 엄마인 나와 똑같이 태어난 걸 어쩌겠는가. 문화센터 선생님 중 한 분이 우리 아이가 똑똑하다고 칭찬해 주시길래 애 성격이 예민하고 겁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더니, '어머님! 애가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요! 애는 기계가 아니예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게 조금 위로가 되긴 했다. 우리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현재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는 알 길은 없지만, 내 선택이 아이의 정서에 안정감을 주어 아이의 사회성 발달 내지는 사회생활 적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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