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어린이집 안 가는 아기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이 되어 카톡을 주고 받았다. 친구는 우리 아기보다 두 살 더 많은 아이를 키우고 있고, 돌 지나고 얼마 안 있어서 복직을 하고 바로 어린이집을 보냈다. 반면 나는 집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보니 아기가 2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같은 나이의 아기를 키워도 각자 상황과 생각에 따라 어린이집을 보낼 수도 있고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있어 핫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 어린이집 문제이다.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해서, 몇 개월 때부터 보내면 좋으냐 등 엄마들의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안 보내면 이상한 건가

맞벌이 하는 사람들, 한부모 가정 등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은 정말 피눈물을 흘리며 어린이집을 아기 때부터 보낸다고 한다. 원래 어린이집이 그런 분들을 위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환경과 상관 없이 어린이집을 거의 다들 보내는 추세인 것 같다. 어린이집이 학교와 비슷하게 약간 필수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처럼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으며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내 주변에서는 찾아보기가 그리 쉽진 않다. 그것도 두 돌이나 지난 아이를 말이다. 솔직히 나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편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 가정보육 중인 현재 마음이 편하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안 보내면서 뭐가 제일 신경이 쓰이냐고 누가 물어보면 이상하게 나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아기를 하루 종일 봐서 힘들고 뭐 그런게 아니라, '어린이집은 언제 보내요?' 혹은 '어린이집은 왜 안 보내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다. 

원래 어린이집의 취지라는 것이, 집에서 아기를 돌볼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 그 시작아닌가? 나는 자영업자이고 집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와 같이 있어줄 수 있어서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것 뿐인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린이집 질문을 받을 때면 뭔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부모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 그게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질문들을 들었을 때 마음이 힘든 것까진 아닌데, 뭔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뉘앙스가 내가 애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처럼, 혹은 문명 시대에 문명과 떨어뜨려 놓는 원시생활을 아이에게 하게 하는 엄마인 것처럼 취급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들게 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나 할까. 


어린이집 보내라는 주변의 압박

어떤 생각까지 드냐면, 아기는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사람들이 내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과 이야기할 때 그런 생각이 좀 많이 든다. 일부 사람들 중에는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지 어쩐 건지,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아기가 36개월 될 때까지는 내가 가정보육으로 집에서 키우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래, 어디 한 번 잘해 봐' 라는 식으로 티는 안 나지만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묘하게 담긴 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꽤 친한 사이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항상 뒤끝이 뭔가가 찜찜하다. 

그래서 요새는 내가 해결책을 찾았는데, 누가 어린이집 이야기를 물어보면 대기를 걸어놓았는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실제로 얼마 전부터는 내년 36개월 이후 입소를 목표로 대기를 걸어놓았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별로 없다. 어린이집을 보내야 사회성이 생긴다는 뭐 그런 종류의 이야기 말이다. 처음에는 왜 어린이집 안 보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만 36개월까지는 어린이집에서 또래와 지내는 것보다는 부모와 애착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등 나름대로 설명해 보려 했는데, 이걸 제대로 듣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다 당연하게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내가 여러 전문가들의 수많은 인터뷰와 영상을 보고, 직접 교육도 신청해서 듣고 결정했다고 하는데도 약간 개똥철학 취급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철학을 설명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대기 걸어 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혹시 나처럼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이 있다면, 나같이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으니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다양한 육아방식이 존중받길 바라며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을 하고 있다고 뭔가 특별하다거나 잘하고 있다거나 하는 칭찬이나 찬양 같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들보다 내가 우수한 엄마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가정보육부심 같은 건 없다! 유부녀부심, 자연임신부심, 자연분만부심, 모유수유부심...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 모든 것에서 이렇게까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부류가 나누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될지는 몰랐다. 그것도 같은 여자면서 서로 기싸움도 아니고.. 

어린이집에 아기를 일찌감치 보내든 아니든 각자 자기 사정이 있으니 주어진 상황에서 아이를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면 둘 다 훌륭하게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가 36개월 될 때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는 나를 이상하거나 유난떠는 엄마로 취급하는 시선들은 정말 싫고, 안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원래 이 사회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는 다수의 주류에 비해 소수의 비주류는 설 자리가 부족한 경향이 있는데, 남들 다 하는 결혼 안하고 있을 때 받던 취급 비슷한 것을 남들 다 보내는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지금, 노처녀이던 시절과 비슷하게 소외감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 일찌감치 어린이집 보내는 아이와 우리 아이처럼 부모와 쭉 생활한 아이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어린이집에 일찍 보낸 아이가 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괜찮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 내가 지금 뻘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내가 우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아직 보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뉴스나 이런 걸 보고 어린이집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애가 혼자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기관에 안 보내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그것 이외에도 아이는 만 3세까지는 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 안정과 발달에 좋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보고 마침 내가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가정보육을 한 것도 있는데, 누가 이렇다 할 비교 사례를 보여주는 게 없으니 주변에서 특이한 엄마 취급 받을 때마다 약간의 현타가 오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 건가 하는 불안과 혼란이 오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런 불안의 과정과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나고, 이제는 조금 있으면 전문가도 괜찮다고 하는 기관에 갈만한 시기가 온다. 지난 시간 가정보육을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좀 힘들긴 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애들이 제일 이쁜 시기가 돌 이후부터 말을 한참 배울 이 시기까지인데, 이 예쁘고 좋은 시기에 우리 아이가 하는 말과 표정, 행동 등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라는 곳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도 해 주고, 어린이집 관련 동화책도 빌려서 보여주고 하고 있다. 나중에 진짜로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을 때, 그게 우리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될텐데, 정말 힘들고 에너지 소모가 큰 사회생활이 되겠지만, 그 동안 나와 오래 지낸 것을 바탕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 말씀도 듣고, 그렇게 사회생활을 잘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엄마인 나와 지낸 3년 가까운 시간들이 우리 아이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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